내가 파리에 처음 간 날.
무조건, 무조건 이 곳에 오고 싶었다.
그리고, 파리의 진정한 가을을 보고 느끼고 싶었다.
La station de Père-Lachaise
입구에서 걸어 올라가는 길.
사방이 무덤이다. 그런데 전혀 무섭지 않은, 웅장하고 기념비적인 그러한 무덤
Chopin 의 무덤.
내가 애당초 찾기를 계획했던 거장들의 무덤 중 첫번 째.
마르셀 프루스트.
내가 홍차의 즐거움을 느낀 것도 다 그의 덕택이다.
내가 여기에 당도할 때쯤, 어떤 이쁘장한 소녀들이 모여있었기에 발견가능.
그들이 아니었다면 무심코 지나쳐버렸을 것이다.
(여기에 와보면, 왜 그런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예요)
프루스트와 함께 컷 하는 순간,
하늘에서 시원한 가을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없었던 관계로 나는 무례하게도 어느 분의 무덤에서 비를 피했다.
그리고 음악을 들었다.역시나 무례하게도.
꽤나 오랫동안 비가 쏟아졌다.
혼자서 멍하니 있다 이내 파리의 가을을 느끼고야 말았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거였어.
상상이나 되는가,
어느 흐린 가을날, 혼자 프랑스 파리 어느 무덤가를 거닐고 있다 소나기를 맞아 이름모를 무덤으로 비를 피한다.
이름모를 그를 위해 잠시 추모하며, 낙엽과 비가 함께 어울려 떨어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타닥타닥 빗소리를 듣는다.
이것이 나에게 첫 파리의 울긋불긋한 가을이었다.
더이상 이곳에 지체하고 있을 수가 없어 비가 내림에도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에 찾고자 했던 오스카와일드는 다음으로 기약하기로 하고서,
나는 아마도 뒷문으로 입장했는가 보다. 어찌되었든 나는 시간을 되찾은 셈인가.
내가 여기로 오게 만든 모든것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아마도 콩고드로 이동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