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3. 9. 20. 07:04

2010년, 내가 뚜르에 살았을 때, 알프스에 너무나 가고 싶었다. 여행을 하는 셈 치고 Woofing 이라고 농장이나 밭에서 하루 4시간씩 일을 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 보수가 없는 대신에 숙식 제공을 해주는? 일종의 봉사활동인 이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가입을 하니 농장주 연락처 리스트를 열람 할 수 있어서 바로 알프스 지역의 한 농장에 컨택했다. 내가 알프스에 뭔가 기가막힌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도 좋았지만.ㅋㅋ 여하튼, 그래서 제네바 근처에 Annemasse라는 도시 근교의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는 집에 약 2주일 머무르면서 사과도 따고 밭도 일구고 시장에서 과일과 야채들을 팔기도 해보고 정말 좋은 경험을 했었다. 그 곳에서 Salève라는 작은 산에 할머니와 차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목을 축이기 위해서 들린 휴게소에서 우연히 여러 엽서들을 보게 되었고 몽블랑이 있던 사진의 엽서를 할머니께서 한 장 선물로 사 주셨더랬다.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난 몽블랑에 올라가볼 수나 있을까, 그저 실제로 멀리서라도 보기만 했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 그 산에서 멀리서나마 보였던 몽블랑을 바라보며 한없이 사진만 한없이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3년 후, 나는 멀리서만 바라보았었던 바로 그 알프스의 지붕 몽블랑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그르노블에서 샤모니까지 가는데는 같은 알프스 동네라도 일반 기차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환승도 Annecy에서 한 번, St.Gervais 에서 또 한 번. 샤모니 전용열차 내부 모습. 빨간색. 참 예쁘다. 날씨도 캬.


기차타고 점점 오르는 중 몽블랑처럼 보이는 설산이 나타났음 ㅠㅠ 


내려서 숙소 찾아가는 길.


여기가 숙소! 가 아니고 무슨 팬션같아 보였다. 여기 주인은 좋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본격 동네 탐방. 아침 일찍 기차를 탔음에도 도착시간은 오후 1시 반. 그리하여 몽블랑은 내일 오르고 오늘은 길 파악하기.


여기가 몽블랑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스테이션.


샤모니 시내.


어느 왠만한 도시에 다 있는 미니기차


이거 타도 괜찮을듯. 그러나 튼튼한 다리가 있기에 해가 질 때 까지 걷.는.다.


다른 도시와 사뭇 다른 분위기. 역시 산지방이라 건물 양식이 알피니스트풍.


햇볕이 너무 강해서 벽화가 진하게 안 찍힌게 좀 아쉽다. 고성 같은곳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일명 Trompe-l'oeil(실물로 착각할만큼) "사실적인 그림"



가히 환상적이었다. 날씨가 받쳐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긴 빙하를 볼 수 있는 산악열차 타는 곳.


샤모니 역.



알프스 지방 특산품들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숙소 바깥 테이블에 앉아서 저녁을 해 먹었다. 원래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지만 숙소에서 취사가 되기도 하고 와인을 좋은 걸 사서 마시는 쪽으로 정함. 그리하여 메뉴는 부대찌개(...) 그리고 화이트 와인.

아참, 숙소는 알펜로즈라는 한국인 아저씨와 일본인 아주머니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 편하고 시설도 되게 깨끗했다. 


와인을 잘 아는 아이들이 골라서 그런가, 내 입맛에 괜찮았다. 근데 모자랐음.....


밤에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느라 목이 .... 그리워 별들. 

옆 테이블엔 한없이 산 위를 계속 올려다보며 맥주를 마시던 한국인 남성 한 분이 계셨는데 계속 침묵을 지키고 계시길래 말을 붙여보니 에티오피아에서 구호활동일을 하고 계시단다.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선진국을 한번 여행해보고 싶으셨다고. 하지만 자신이 있던 나라나 개발 도상국들에서 보았던 풍경들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감동이 오지 않는것 같다라고 하시더라. 난 아직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 한 번도 가보질 않았지만 티비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될 때마다 내 가슴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풍경들을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에 실제로 본다면 어마어마할 정도일 거라는 것. 어느정도 알 것 같았다. 그러한 감정, 인상...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분의 인생관이었다. 물론 선진국이 아닌 국가에 살면 치안이 좋지가 않으므로 여러가지 산전수전을 겪을 것이다. "전기도 산 지방인데 다 들어오고.. 앞에만 나가면 슈퍼가 있고... 얼마나 좋아요. 깜짝 놀랐어요. 파리에 있다보니까 도시가 참 살기 좋더라구요. 예쁘고.. " 그런데 계속 얘기를 나눠보니까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한다. 나같으면 그런 기억 때문에 그 도시마저 좋지않은 인상으로 남길 것 같은데 이 분은 파리가 오히려 너무 좋았다고 말하신다. 


"그냥 놓고 살면 편해요."  


다음에 에티오피아에 놀러오라며 연락하면 정보들을 알려주겠다고 하셔서 낼름 연락처를 받긴 했는데 가까운 미래엔 갈 계획이 없으니 안부인사라도 여쭈어야겠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나눈 대화였지만 그 분의 삶에서 숱하게 많은 경험을 하고 깨달았던 것을 마치 자신의 말 속에 섞어 전달해준 것 처럼 느껴져서 이 첫 째날 밤을 생각하면 흐뭇하다 아직도.. 

우리에게 쥐포까지 한아름 주시고는 주무시러 가셨다. 그 다음 날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을 목격하고 인사를 건네었는데 쑥쓰러우셨던가 웃기만 하시더라.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1. 6. 4. 06:47
2010년 6월 3일 저녁 5시 30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도착.

비행기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그 순간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가슴앓이와 몸앓이를 했는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Tours로 오는 TGV 안에서 만난 Laurent 아저씨는 오늘이 1년째라는걸 아실까. 

큰 꿈을 안고 이곳으로 왔다. 
한국에서는 내가 프랑스로 가기만 하면 뭐든지 될것 같았다. 보들레르가 그랬지.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항상 잘 지낼 수 있을것 같다.)
사람의 삶이란건 여기나 저기나 다 똑같은 사람의 삶이라는 것. 일년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느낀 것 하나. 한번은 예전에 내가 한국의 지방여행을 하는중 아빠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아빠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거기라고 특별한것 있나. 사람 사는게 다 그게 그거지." 
그때 당시에 아빠가 하신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에이, 그래도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다 똑같아요."
어른 말씀 틀린것 하나 없다.

1년동안 나는 얻은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프랑스어 좀 늘었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좀 넓어졌고, 또 여유를 배웠다.
 
1년동안 나는 잃은 것이 있을까 또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말 문법을 약간 까먹었고 한글 활자를 많이 접하지 않아 감성을 많이 까먹었고, 또 친구들 얼굴을 많이 까먹었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일까.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되겠다. 이롭고 부족한건 더 취해야 할 것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해로운건 돌아보지 않고 버릴 수 있는 그런 자세를 취해야 하겠다.
내가 감사해야할 사람들, 그 감사를 표현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하겠다. 

지난 새벽, 나는 창 틈 사이로 들어온 검은나비를 보았다. 나의 1주년을 축하하러 들어온 것만 같았다. 아침에 조용히 창문을 열어주었다. 고맙다 나비야. 

오늘아침엔 길거리 중고책판매상들에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집쪽으로'와 '스완의 사랑'을 4유로 구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Florenceciel
미투데이2010. 5. 26. 04:33
  • 미리미리 정말 중요하단걸 깨달았어 미리미리 2010-05-25 13:39:21
  • 나는 못가는 것인가(느려터진 프랑스 비자가 안나와 전쟁 터진다 그러지 환율도 오르고 난 안될거야 아마...) 2010-05-25 18:27:39

이 글은 피렌체님의 2010년 5월 25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Posted by Florenceciel
미투데이2009. 12.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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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프랑스 파리에 간다면 가장 먼저 하고싶은 일은, 하수구 맨홀뚜껑을 찾는 일과, 비블리오떼끄 프랑수와 미테랑에 가는 일이다. 나머지는 그 후에 차근차근. ㅋㅋ 꺅 생각만해도 좋군.(프랑스 파리) 2009-12-10 23:43:28
  • 아아 드디어 고급프랑스어 강의 녹음한거 다 들었다. 시험준비 어느정도 마침. 이 과목은 초급수준인 내가 처음에 겁을 잔뜩 먹고 오직 도전의식(깡)에만 의지한 채 신청한건데, 무척 잘 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 다 끝냈어! 아 믿기지않아. 뿌듯해! 악악(me2book Festival 3: Methode de Francaise) 2009-12-11 02:15:57
    Festival 3: Methode de Francaise
    Festival 3: Methode de Francaise

이 글은 피렌체님의 2009년 12월 9일에서 2009년 12월 11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Posted by Florenceciel
미투데이2009. 11. 3. 04:31
  • 동생 타미플루 복용중 ………. 이시키 병이란병은 다 달고다녀(괜히 심심해서 전화하고, 동생은 끊을려고하고. ㅋㅋ 난 좋아서 계속 얘기하고있고. 이뭐람.) [ 2009-11-02 12:53:09 ]
  • 아, 할리팩스 가고싶네.(Halifax CANADA ) [ 2009-11-02 15:44:37 ]
  • 레터링과 컬러링을 교체했다. 3년 내내 봄이건 여름이건 가을이건 겨울이건 수신자화면에 “민애와봄나들이” 이제 끝이야.(컬러링 레터링) [ 2009-11-02 18:58:14 ]
  • 얼굴이 트기 시작한다. 뜨거워 ㅜㅜ 단지 아주 잠깐 밖에 나간것 뿐인데 아…….(수분크림 덕지덕지 발라야 한단 말인가.) [ 2009-11-02 23:13:31 ]
  • 걸어서 세계속으로 마르세유편을 세번째 보는데 볼때마다 너무도 가고 싶어 죽겠다. 빨리빨리 가고 싶어. 파리도 좋겠지만, 난 따뜻한 곳으로 가야겠어.(걸어서세계속으로 프랑스 마르세유) [ 2009-11-03 00:36:35 ]

이 글은 피렌체님의 2009년 11월 2일에서 2009년 11월 3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Posted by Florence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