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베프를 만나고 돌아왔다. 작년에 결혼했고 올해 아이를 가졌고 현재는 새마을금고에서 6년차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막상 아이를 갖고보니 점점 생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져도 직장생활을 버텨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점점 배도 불러오고 남편은 구미에서 직장을 다녀서 주말부부인것이 나중에 아이를 생각했을 때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도 있고 출산휴가를 낸다고 해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으니 부모님도 일을 하셔서 아이를 돌볼 방도가 없다는 이유로 직장을 관둘까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상황을 겪었던 선배 언니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나중에 후회한다, 새로 일을 가진다고해도 지금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을것 같냐, 나중에 애들이 엄마의 직업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할거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자리로 또 승진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 이 시기가 힘들뿐이지 금방 지나갈거다 등등..
얘기를 듣고있자니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선택해야 할 부담이 굉장히 크구나, 내가 그녀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로서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집에 오는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안그래도 무거워죽겠는데(...)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문제가 될텐데 사회적 자체적 인간으로서의 가치, 누군가를 책임져야하는 엄마로서의 가치. 아 어렵다.
이런 얘기를 집으로 와서 엄마에게 늘어놓으니 마침 뉴스에서 이런 얘기가 보도가 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자정까지 운영한다는 뉴스가 뒤따랐지만 말이 국공립 운영이지 충족이나 될까...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주체가 엄마들인데 그런 사회는 아직도 엄마들의 고충과 희생을 이해하고 보상하기엔 역부족인듯 보인다.
요즘 집에 있으면서 새삼 엄마의 포용력에 매 순간 감탄하고 반성하고 있다. 하긴 그래서 나를 여기까지 키우셨겠지....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부하란 소리를 들은적이 단 한번도 없고 뭐해라 뭐해라 전혀 그런거 없이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방관형으로 자랐다. 그런 엄마는 남동생의 제대 후 그리고 학교 복학 전의 잉여력에 역시나 아무말씀 안하시고 밤늦게 동생이 배고프다는 소리에 계란을 대여섯개 냄비에 넣어서 삶아주신다던가 새벽 3시가 넘어서 몰래몰래 친구 만나러 나간 동생에게 전화해서 어디가냐고 그저 알겠다로 마무리. 반대로 난 요새 그런 동생한테 바가지 긁는 중......... 그러다가 엄마를 보면 또 그저 나의 불같은 성격을 참을 수 밖에. 아 나는 나중에 내 아이 어떻게 기르나 걱정이 살짝 들기 시작한다. 엄마란 역할은 아직 나에겐 솔직히 겁이 난다. 닥치면 다 어떻게든 이끌어 나간다지만 그래도.. 철이 덜 든걸까. 철분 영양제가 필요(...)
고등학교땐 꿈,학업진로에 대한 얘기들, 대학교땐 취업진로에 대한 얘기들, 이십대 후반엔 연애얘기, 결혼얘기, 직장얘기, 신혼얘기 등등 주제가 달라지지만 그렇다고 서로 처해있는 입장들이 같은게 아니라서 공감대형성이 좀 사그라드는건 사실이긴 하지만 고민하고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서스름없이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오랜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그래도 날 든든하게 해준다.
세월이 흐른다는건, 비슷하거나 같은 상황적 조건을 가진 그룹에서부터 비슷하지 않거나 아예 다른 상황적 조건을 가진 그룹의 구성원들과의 만남, 그 속에서의 갈등,이해,충족,깨달음 등등을 통하여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겪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각자 나름의 생활방식을 단단히 구축하는것, 그 속에서 찾은 인생의 노하우가 또한 개인의 생활방식을 또한 빛내주겠지.
아아 산다는건 어떤걸까. 오랜만에 답지가 없는 문제집을 푸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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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12 여자, 아내, 엄마.. 그리고?
일상2013. 8. 12. 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