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5. 2. 25. 06:00

프랑스 노년학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어서 종종 관련 주제 세미나나 컨퍼런스 안내소식이 배달되는데 노인공동주택에서 "Habitat intermédiaire" 이라는 주제로 하루동안 진행되는 세미나 신청을 받길래 한 달 전에 신청하고 기다렸다. 실습을 하지 않으니 이런 기관에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어서 꼭 가리라 마음을 먹었다는!!!

전날, 장소가 파리에서 북쪽으로 좀 떨어져있어서 위치를 검색해보니 기차 H라인을 타는거다. H라니? 나로선 RER은 D선까지밖에 모르는데 대체 정체가 뭐지 하며 찾아갈 수나 있을까 심히 걱정을 하면서 아침에 나갔다. 파리 북역에서 출발하는 이 기차는 RER과는 다르게 북역 기차역에서 일반 기차들 플랫폼에서 탑승. 기차가 상당히 깔끔하고 예뻤다.


Domont 에서 내렸는데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너무 늦게 도착을... 목적지를 찾아 해매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얼핏 위치설명에서 언급되었던 13번 버스가 보이길래 냅다 탄 다음 요금도 내지않고(...) 운전기사아줌마께 여쭤보니 한 정거장 후라고 그냥 타고 무사 도착. 그런데 그 주변이 다른 공동주택들이 많아서 입구를 좀 많이 해매다가 드디어 세미나실로 살금살금 들어가서 앉았다.


Arefo 소속의 Hélène Moutet이라는 이름의 노인공동주택(Foyer du logement)으로 아직 혼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 수준을 가진 노인들이 한 건물에 원룸식으로 사는 곳이다. 입주자들의 평균나이는 84세라고. 이곳엔 유형이 다른 총 80개 방이 있고 미용실과 발 관리실,도서관, 컴퓨터실, 식당 등등과 24시간 내내 가디언이 있고 입주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오늘 나눈 세미나 주제를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자신의 집에서 공동주택으로 옮겨서(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럭저럭 잘 정착한 노인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거동을 하는게 불가능할 정도의 건강상태가 되면 장기요양병원(EHPAD)으로 강제적으로 옮겨야하는데 '자신의 집에서 산다는 것(vivre chez soi)'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다뤘다. 자신의 집에 머물 권리. 보통 본인의 집에서 죽을 때 까지 머무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세미나에 거주자들도 참여했는데 그 중의 한 분이 세미나 도중 말씀하시길, 

"내가 나중에 많이 아프면 여기를 떠나야하는데... 내가 여기 25년이나 살았거든요. 완전 내 집인데 그 생각만 하면 걱정되요." 


하지만 어느 세미나나 그렇듯 거주자들의 불평들과 강연자들의 현재 정책에 대한 비판, 애매모호하고 붕 뜬 임기응변식의 대답,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각인들로 마무리 지어졌고 질문들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은 다음 세미나에 대한 기대로 대신했다. 


확실히 EHPAD보다 어르신들이 웃음이 많고 활기차고 옷 매무새에도 많이 신경을 쓰시더라. 한국에서 사회복지학부 과제 차 노인복지관에 인터뷰 하러 한 번 간적이 있었던 것 빼곤 프랑스에서부터 노인복지 세부전공을 시작한 이유로 노인시설들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서 비교를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공동주택이라 공동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고 공동의 공간이 있을수록 개인의 공간 또한 존중해야한다고 강조하는걸 듣고 있으니 단체 활동도 좋지만 개인의 특성과 가치 또한 확실히 존중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세미나를 하루종일 듣고 있자니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들은 불어들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짓눌렀다 이내 둥둥 떠다니는 모션들이 반복되는걸 느끼며 멍때리다보니 파리 북역 도착.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우울한 생각들로만 가득했다가 집에 도착하여 집 주인의 아주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바캉스 차 프랑스 할머니께서 와 계시는데 오늘 있었던 세미나 얘기들 몇마디 나누다가 이것저것 보태서 얘기가 좀 길어지다보니 우울한 생각이 나도 모른 사이 잊혀지더라.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France3에서 하는 Plus belle la vie 시청... 


방문했던 Domont에 위치한 노인공동주택 Hélène Moutet. 뒷쪽에 초록색 뜰이 있음 



세입자 중 몇몇 어르신 방 방문했는데 그 중 한 할머니와 그녀의 방. (이 공동주택은 본인의 가구와 애완견을 허용한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거주자들과 함께 먹었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4. 1. 18. 19:38

뉴욕 한인타운 맥도날드에서 노인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기사를 하루이틀 전부터 접해보셨을 것이다. 본인도 한글판 기사부터 접해서 읽어보았는데 내용을 전달하는 기자들의 시선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하여 프랑스어로 적힌 기사를 읽다가 링크를 통해 현지 원문기사를 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 기사를 접하고 그 내용을 바라보고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이 원본기사와는 다르게 그걸 소개하는 기사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만을 가지고서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몰고가는 분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값싼 종류의 음식을 시켜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는건 세대를 막론하고(아직까지 젊은 세대에서 더 많이) 커피숍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관리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단지 그 "정도"를 넘어서 이번엔 노인들이 "떼거지"로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맥도날드 측에서 크게 대응을 하게 되자 그것이 기사화까지 된 것 같다. 이 관련기사들을 쓴 기자들은 이 한국 노인들은 왜 굳이 다른 곳을 가지 않고 이 맥도날드를 이용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며 의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 노인들 또한 그 질문에 답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보았을 땐 이 분들은 "그냥..." 이라고 답했을 것 같다. 모든 노년층이 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년층들의 특징이, 본인들이 해온 방식들이 있기 때문에 한번 꽂히거나 뭔가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다르게 바꿔보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고집이 세고 변화를 거부하며 습관을 바꾸기가 대게 힘들다.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점들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새해다짐이 왜 성공적으로 지키기가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실걸....?

그렇다고해서 맥도날드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노인들이 이러이러한 특성이 있으니 아량으로 봐달라라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가 맥도날드 관리자라고 해도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사건 후에 내린 처사, 20분만에 먹고 나가라는 패스트푸드점이라는 명분하에 극단적인 원칙을 제시한건 솔직히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관계자들이 나름 고심을 해서 그렇게 하기로 정했겠지만 이러한 처사는 다른 손님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게 다 한국 노인들 때문이야'라는 인식을 안겨주기 쉽다. 우리에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거대 체인점들은 일반적으로 상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쉽게 접근가능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는 오히려 고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어서 맥도날드에게도 마이너스적인 면이 없진 않을거란 생각이 있다. 좀 더 유적인 방편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텐데, 가령 바쁜 식사시간에 한해 시간제한 원칙을 정한다던가, 음료나 디저트만 구입하면 한 두시간 정도 시간 제한을 둔다던가하는 일단 여지를 남겨둔다는 뜻으로 말이다.

노인들은 예전과는 다르게도 "다르게", "다양하게" 늙고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들도 사회가 예전같지 않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궁금해하고 동참해보고 싶어하는 마음도 들 것이다. 70대임에도 본인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고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거부감이 들수도 있다. 기사들의 기자들처럼 나도 한번 물어보고싶다. 왜 이 노인들은 다른 식당(혹은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놔두고 굳이 이 맥도날드로 가는 것일까? 왜 굳이 근처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놔두고 커피나 감자튀김 값(기사들에 따르면 "꼴랑" 이라는 뜻으로 썼다)을 지불하면서까지, 경찰관에게 쫓겨나면서까지 맥도날드로 가는 것일까. 원문기사에도 나오지만 일단 그들은 소속된 곳이 없다. 기사에 등장하는 나이대가 대부분 70대부터 시작이던데 그 곳, 그것도 공원이 아닌 젊은 사람들, 바쁜 직장인들이 드나드는 정신사나운 그런 장소인 맥도날드에 나온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비록 퇴직은 했지만 바쁜 세대들 속에 속하고 싶은 바람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젠 그 나이가 되어도 집에서만, 혹은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노인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음을 강조하고싶다. 이 말은 예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어쩌면 이러한 일들이 갈등의 모양을 하고서 표면적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는 더욱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사회는 서서히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노인들이 퇴직 후에 지낼 공간을 또 따로 마련해 주어야한다는 뜻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맥도날드보다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하는 경로당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 속에 "억지로라도" 끼어들고 싶어하는 그러한 양상들을 보면 경로당이라는, 단지 노인들만 있는 그러한 세상에 있기 싫다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것을 고려하여 프랑스에서는 은퇴자의 집(maison de retraite)의 식당에 초등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노년세대와 어린세대들이 어우러져 세대간에 친숙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게 된 데에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에이지즘으로 젊음을 예찬하고 늙음을 거부하거나 차단,격리시키는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내가 노년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노인들을 옹호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노년층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젊은 세대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젊은층의 특성이 노년세대에선 이해하기 힘들고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주장하기만 하면 사태는 악화된다.

가파르게 (요새들어 심각하게)대두되고 있는 고령사회라는 환경은 이런 종류의 갈등을 점점 더 빈번히 발생시키고 먼저 접하게 되는 곳에선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시하게 됨으로써 갈등을 조율해 나갈 것이다. 멀리서 이러한 것을 바라만 보고있는 곳에서 또한 발생, 나아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갈등을 접하게 되지 않으리란 법은 전혀 없다. 아직 미국이라는, 해외에 머무는 한인동포들의 집단적인 행동들에 불과할거란 의견이나 노인들이 다 그렇지라는 단면적인 견해만을 얘기한다면 시대를 잘못 바라보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은 "늙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늙는다는건 무엇일까, 어떻게 늙어야할까?
언제부터 늙는다고 할 수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늙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과제이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3. 9. 19. 22:47

프랑스에서 노년학, 노인복지 공부를 하고 있는 도중에 종종 지역에서 주최하는 노화나 늙음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나 각종 주민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장소에 가보곤 하는데 그 때 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내가 받았던 충격은 이러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그 장소에 나와 자신의 의견과 건의하고 싶은 내용을 또박또박 말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 참여도도 꽤나 높다. 

굳이 자신이 말 솜씨가 있고 없고는 떠나서(대부분이 말을 요리조리 조리있게 잘 피력한다.) 

강단에 선 사람을 밀어부치는 적도 있어서 그런 곳에서 강연을 하는 사람들은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주민들을 상대하질 못한다. 이 말들은 사회가 얼마나 노년에 관심이 있는지의 정도를 피력하는 것일게다. 라디오에서는 종종 은퇴나 치매, 노년에 대한 주제의 기사를 다룬다. 이에 관련된 책들도 한 가득, 굳이 전공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책 처럼 읽기 쉽게 풀어놓은 책들이 참 많다. 이럴 때마다 내가 노년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 프랑스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에 긍지가 생긴다. 한국에서 전공자들과 함께 만나거나 같이 무언가를 해보진 않았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시각과 의견을 교환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 와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하여도, 그것이 복지국가 국민들의 태도와 인식하는 있는 상태와 그것이 왜 그런건지 파고드는 것도 가끔씩 흥미롭기도 하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3. 8. 12. 04:34

  고등학교 베프를 만나고 돌아왔다. 작년에 결혼했고 올해 아이를 가졌고 현재는 새마을금고에서 6년차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막상 아이를 갖고보니 점점 생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져도 직장생활을 버텨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점점 배도 불러오고 남편은 구미에서 직장을 다녀서 주말부부인것이 나중에 아이를 생각했을 때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도 있고 출산휴가를 낸다고 해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으니 부모님도 일을 하셔서 아이를 돌볼 방도가 없다는 이유로 직장을 관둘까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상황을 겪었던 선배 언니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나중에 후회한다, 새로 일을 가진다고해도 지금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을것 같냐, 나중에 애들이 엄마의 직업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할거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자리로 또 승진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 이 시기가 힘들뿐이지 금방 지나갈거다 등등..
얘기를 듣고있자니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선택해야 할 부담이 굉장히 크구나, 내가 그녀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로서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집에 오는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안그래도 무거워죽겠는데(...)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문제가 될텐데 사회적 자체적 인간으로서의 가치, 누군가를 책임져야하는 엄마로서의 가치. 아 어렵다.
이런 얘기를 집으로 와서 엄마에게 늘어놓으니 마침 뉴스에서 이런 얘기가 보도가 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자정까지 운영한다는 뉴스가 뒤따랐지만 말이 국공립 운영이지 충족이나 될까...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주체가 엄마들인데 그런 사회는 아직도 엄마들의 고충과 희생을 이해하고 보상하기엔 역부족인듯 보인다. 

 요즘 집에 있으면서 새삼 엄마의 포용력에 매 순간 감탄하고 반성하고 있다. 하긴 그래서 나를 여기까지 키우셨겠지....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부하란 소리를 들은적이 단 한번도 없고 뭐해라 뭐해라 전혀 그런거 없이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방관형으로 자랐다. 그런 엄마는 남동생의 제대 후 그리고 학교 복학 전의 잉여력에 역시나 아무말씀 안하시고 밤늦게 동생이 배고프다는 소리에 계란을 대여섯개 냄비에 넣어서 삶아주신다던가 새벽 3시가 넘어서 몰래몰래 친구 만나러 나간 동생에게 전화해서 어디가냐고 그저 알겠다로 마무리. 반대로 난 요새 그런 동생한테 바가지 긁는 중......... 그러다가 엄마를 보면 또 그저 나의 불같은 성격을 참을 수 밖에. 아 나는 나중에 내 아이 어떻게 기르나 걱정이 살짝 들기 시작한다. 엄마란 역할은 아직 나에겐 솔직히 겁이 난다. 닥치면 다 어떻게든 이끌어 나간다지만 그래도.. 철이 덜 든걸까. 철분 영양제가 필요(...) 

 고등학교땐 꿈,학업진로에 대한 얘기들, 대학교땐 취업진로에 대한 얘기들, 이십대 후반엔 연애얘기, 결혼얘기, 직장얘기, 신혼얘기 등등 주제가 달라지지만 그렇다고 서로 처해있는 입장들이 같은게 아니라서 공감대형성이 좀 사그라드는건 사실이긴 하지만 고민하고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서스름없이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오랜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그래도 날 든든하게 해준다. 

 세월이 흐른다는건, 비슷하거나 같은 상황적 조건을 가진 그룹에서부터 비슷하지 않거나 아예 다른 상황적 조건을 가진 그룹의 구성원들과의 만남, 그 속에서의 갈등,이해,충족,깨달음 등등을 통하여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겪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각자 나름의 생활방식을 단단히 구축하는것, 그 속에서 찾은 인생의 노하우가 또한 개인의 생활방식을 또한 빛내주겠지. 
아아 산다는건 어떤걸까. 오랜만에 답지가 없는 문제집을 푸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3. 8. 12. 04:29

  문득 형부가 해주신 얘기가 생각이 난다.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이 본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하여. 예를 들어 내가 남자라치면, 이십대 초반 멋도 모르고 주변에 놈팽이(막말 이해바람)처럼 놀아도 내 주변이 다 놈팽이면 그게 본인에겐 정상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하나 둘(누군가 영향을 받았겠지) 해외 어학연수를 떠난다. 그러면 엇? 나도 가야하나.. 갑자기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애인이 없다가 주변에 하나 둘 씩 커플 사진이 올라오면.. 나도? 슬슬 관심이 생긴다. 실컷 놀다가 주변에서 하나 둘 취업을 하기 시작하면 나도 무언가를 해야되는데... 지인들이 또 결혼을 한다. 그러면 또 나는 여태 아무렇지 않았는데 금새 너무도 불안해지고 마는것이다. 이게 어쩌면 인간이 사회화를 거치는 과정을 쉽게 설명해주는 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왜 꺼내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민망하니까 사회화와 관련된 예전에 France2 채널에서 본 자폐증을 다룬 다큐 얘기도 추가한다. 


 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뇌의 뉴런이 일반인보다 너무도 많이 발달하여 한 곳에 집중 할 수가 없다는 사실. 예를 들면, 길을 걸어간다. 이 아이는 길거리의 간판 색깔 하나하나(왜 저 색깔이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걷는 방식(왜 저렇게 걷지?), 말하는 목소리(목소리는 왜저래?), 말하는 내용(이야기내용을 따라감), 머리 모양(와 신기하다), 옷(처음보는 색깔이다 ), 차 소리(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지?), 햇볕(저건 뭐길래 저렇게 밝은거야?), 바람이 몸에 닿는 촉각(느낌이 스믈스믈해...) 등등 자신에게 노출된 모든 환경에 동시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에다 주의를 집중해야하는지 모르는 것이고 이는 불안으로 표출된다. 태어나면서 자폐증을 겪고 거의 호전된 한 청년의 인터뷰와 다큐가 설명하는 자폐증 아이를 대하는 방식은 이렇다. 사회화를 시키는 것이다. 가두려 하지말고 혼자 있게 하지말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되면 뉴런은 쓰이는 것과 쓰이지 않는 것이 구별이 되서 자연스럽게 많이 쓰이는 뉴런은 더 발달하고 많이 쓰이지 않는 뉴런은 자연스레 감소하거나 소멸한다고 한다. 일반 보통 사람들이 자라면서 겪는 과정처럼 말이다. 자폐증인 사람은 한가지에 꽂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사실은 천재들이 많이 탄생한다고 하는데에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의 경우, 뉴런의 활동이 다른 사람들보다 매우 활발할 때부터 악보를 보고 익히고 멜로디를 외우고 따라하는데에 쓰이는 뉴런을 계속 발달시키면 자라면서도 이 뉴런이 죽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양의 뉴런을 가진 상태에서 처음 익히는 것보다 훨씬 능력이 앞선다. 


...... 이렇게 쓰고 생각해보니까 요새 아침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매일 산책시키는 한 아주머니(부모로 추정)를 보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는걸 깨달았다. 예전같으면 단지 별 생각없이, 소리를 내내 지르는 아이를 향해 속으로 왜 저러는거지..라고 이해를 하지 못하며 지나쳤을수도 있겠지만 이 병이 어떤 병인지 알고 또 일반 사람들과 같이 사회화를 통해서, 단지 뉴런이 많아 그 과정이 느린것 뿐이니까.. 라는 생각에 지나칠때마다 소심해서 혼자 생각했던, 아주머니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싶어서였나... (-_-)a 나름의 결론은, 사회화를 겪는 과정은 인간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럼 난.. 얼만큼의 사회화 지수를 지니고 있을지?
  나는 큐리어스해..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1. 12. 5. 10:54
학부생, 굿네이버스에서 실습했을적, 대리님께서는 스위스 제네바에 굿네이버스 지부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상상을 해봐. 매일 알프스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니!" 내가 제네바에 여행 갔을때 굿네이버스 제네바지부를 혼자 찾아간적이 있었다. 잔뜩 기대를 품고서.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곳은 스위스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꽤나 어울리지 않았던 허름한 동네, 시영아파트 같은 빽빽하고 밀집된 곳에서 겨우겨우 찾아(1시간을 해맸던것 같다.) 굿네이버스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인생이란 진정한 코메디라는걸 알 수 있다.  난 현재 알프스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대학원생이 된 것이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1. 10. 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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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팔십오년 시월 이십구일생.
나 잘 태어났구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1. 10. 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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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는 사진 하나씩밖에 못 올리나보다. 다시 한번.
여기도 어김없는 가을!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1. 10. 21. 19:29


아침 의사와의 진료약속이 있어서 수업이 없지만 캠퍼스로 오게 되었다. (캠퍼스 안 예방진료센터) 끝나고 바로 도서관으로.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1. 10. 21. 03:55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Café des âges(일명 어르신들의 까페) 엘 다녀왔다. 이런 모임은 처음 참가하는거라 약간 어색했지만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않아 세대간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경험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이야기들. 이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항변아닌 실제 우리들의 입장. 많은 생각을 일깨워주게 만든 시간이었다. 약간 안타까웠던것은 젊은이들이 우리밖에 없었다는 것.( 노인학 석사과정 학생들) 이로써 요즘 세대에 젊은이들의 노인에 대한 무관심이 얼마나 큰지 확연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던것은 그들이 젊은이들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우리가 조금이나마 해명할 수 있었다는 것에 현재로선 큰 역할을 해냈던 것 같다. 앞으로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친구와 약간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지금 이 짧은 후기를 쓰고 있는 와중에서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또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끊임없이 자문해본다.


Posted by Florence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