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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5 프랑스 노인공동주택 방문
일상2015. 2. 25. 06:00

프랑스 노년학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어서 종종 관련 주제 세미나나 컨퍼런스 안내소식이 배달되는데 노인공동주택에서 "Habitat intermédiaire" 이라는 주제로 하루동안 진행되는 세미나 신청을 받길래 한 달 전에 신청하고 기다렸다. 실습을 하지 않으니 이런 기관에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어서 꼭 가리라 마음을 먹었다는!!!

전날, 장소가 파리에서 북쪽으로 좀 떨어져있어서 위치를 검색해보니 기차 H라인을 타는거다. H라니? 나로선 RER은 D선까지밖에 모르는데 대체 정체가 뭐지 하며 찾아갈 수나 있을까 심히 걱정을 하면서 아침에 나갔다. 파리 북역에서 출발하는 이 기차는 RER과는 다르게 북역 기차역에서 일반 기차들 플랫폼에서 탑승. 기차가 상당히 깔끔하고 예뻤다.


Domont 에서 내렸는데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너무 늦게 도착을... 목적지를 찾아 해매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얼핏 위치설명에서 언급되었던 13번 버스가 보이길래 냅다 탄 다음 요금도 내지않고(...) 운전기사아줌마께 여쭤보니 한 정거장 후라고 그냥 타고 무사 도착. 그런데 그 주변이 다른 공동주택들이 많아서 입구를 좀 많이 해매다가 드디어 세미나실로 살금살금 들어가서 앉았다.


Arefo 소속의 Hélène Moutet이라는 이름의 노인공동주택(Foyer du logement)으로 아직 혼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 수준을 가진 노인들이 한 건물에 원룸식으로 사는 곳이다. 입주자들의 평균나이는 84세라고. 이곳엔 유형이 다른 총 80개 방이 있고 미용실과 발 관리실,도서관, 컴퓨터실, 식당 등등과 24시간 내내 가디언이 있고 입주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오늘 나눈 세미나 주제를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자신의 집에서 공동주택으로 옮겨서(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럭저럭 잘 정착한 노인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거동을 하는게 불가능할 정도의 건강상태가 되면 장기요양병원(EHPAD)으로 강제적으로 옮겨야하는데 '자신의 집에서 산다는 것(vivre chez soi)'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다뤘다. 자신의 집에 머물 권리. 보통 본인의 집에서 죽을 때 까지 머무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세미나에 거주자들도 참여했는데 그 중의 한 분이 세미나 도중 말씀하시길, 

"내가 나중에 많이 아프면 여기를 떠나야하는데... 내가 여기 25년이나 살았거든요. 완전 내 집인데 그 생각만 하면 걱정되요." 


하지만 어느 세미나나 그렇듯 거주자들의 불평들과 강연자들의 현재 정책에 대한 비판, 애매모호하고 붕 뜬 임기응변식의 대답,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각인들로 마무리 지어졌고 질문들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은 다음 세미나에 대한 기대로 대신했다. 


확실히 EHPAD보다 어르신들이 웃음이 많고 활기차고 옷 매무새에도 많이 신경을 쓰시더라. 한국에서 사회복지학부 과제 차 노인복지관에 인터뷰 하러 한 번 간적이 있었던 것 빼곤 프랑스에서부터 노인복지 세부전공을 시작한 이유로 노인시설들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서 비교를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공동주택이라 공동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고 공동의 공간이 있을수록 개인의 공간 또한 존중해야한다고 강조하는걸 듣고 있으니 단체 활동도 좋지만 개인의 특성과 가치 또한 확실히 존중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세미나를 하루종일 듣고 있자니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들은 불어들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짓눌렀다 이내 둥둥 떠다니는 모션들이 반복되는걸 느끼며 멍때리다보니 파리 북역 도착.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우울한 생각들로만 가득했다가 집에 도착하여 집 주인의 아주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바캉스 차 프랑스 할머니께서 와 계시는데 오늘 있었던 세미나 얘기들 몇마디 나누다가 이것저것 보태서 얘기가 좀 길어지다보니 우울한 생각이 나도 모른 사이 잊혀지더라.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France3에서 하는 Plus belle la vie 시청... 


방문했던 Domont에 위치한 노인공동주택 Hélène Moutet. 뒷쪽에 초록색 뜰이 있음 



세입자 중 몇몇 어르신 방 방문했는데 그 중 한 할머니와 그녀의 방. (이 공동주택은 본인의 가구와 애완견을 허용한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거주자들과 함께 먹었다.

Posted by Florence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