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타운 맥도날드에서 노인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기사를 하루이틀 전부터
접해보셨을 것이다. 본인도 한글판 기사부터 접해서 읽어보았는데 내용을 전달하는 기자들의 시선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하여 프랑스어로 적힌 기사를 읽다가 링크를 통해 현지 원문기사를 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 기사를 접하고 그 내용을 바라보고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이 원본기사와는 다르게 그걸 소개하는 기사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만을 가지고서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몰고가는 분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값싼 종류의 음식을 시켜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는건 세대를 막론하고(아직까지 젊은 세대에서 더 많이) 커피숍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관리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단지 그 "정도"를 넘어서 이번엔 노인들이 "떼거지"로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맥도날드 측에서 크게 대응을 하게 되자 그것이 기사화까지 된 것 같다. 이 관련기사들을 쓴 기자들은 이
한국 노인들은 왜 굳이 다른 곳을 가지 않고 이 맥도날드를 이용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며 의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 노인들 또한 그 질문에 답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보았을 땐 이 분들은 "그냥..." 이라고 답했을 것
같다. 모든 노년층이 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년층들의 특징이, 본인들이 해온 방식들이 있기 때문에 한번
꽂히거나 뭔가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다르게 바꿔보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고집이 세고 변화를
거부하며 습관을 바꾸기가 대게 힘들다.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점들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새해다짐이 왜 성공적으로 지키기가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실걸....?
그렇다고해서 맥도날드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노인들이
이러이러한 특성이 있으니 아량으로 봐달라라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가 맥도날드 관리자라고 해도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사건 후에 내린 처사, 20분만에 먹고 나가라는 패스트푸드점이라는 명분하에 극단적인 원칙을 제시한건 솔직히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관계자들이 나름 고심을 해서 그렇게 하기로 정했겠지만 이러한 처사는 다른 손님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게 다 한국 노인들 때문이야'라는 인식을 안겨주기 쉽다. 우리에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거대 체인점들은 일반적으로 상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쉽게 접근가능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는 오히려 고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어서 맥도날드에게도
마이너스적인 면이 없진 않을거란 생각이 있다. 좀 더 유적인 방편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텐데, 가령 바쁜 식사시간에 한해 시간제한
원칙을 정한다던가, 음료나 디저트만 구입하면 한 두시간 정도 시간 제한을 둔다던가하는 일단 여지를 남겨둔다는 뜻으로 말이다.
노인들은 예전과는 다르게도 "다르게", "다양하게" 늙고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들도 사회가 예전같지 않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궁금해하고 동참해보고 싶어하는 마음도 들 것이다.
70대임에도 본인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고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거부감이 들수도 있다. 기사들의 기자들처럼 나도
한번 물어보고싶다. 왜 이 노인들은 다른 식당(혹은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놔두고 굳이 이 맥도날드로 가는 것일까? 왜 굳이
근처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놔두고 커피나 감자튀김 값(기사들에 따르면 "꼴랑" 이라는 뜻으로 썼다)을 지불하면서까지,
경찰관에게 쫓겨나면서까지 맥도날드로 가는 것일까. 원문기사에도 나오지만 일단 그들은 소속된 곳이 없다. 기사에 등장하는 나이대가
대부분 70대부터 시작이던데 그 곳, 그것도 공원이 아닌 젊은 사람들, 바쁜 직장인들이 드나드는 정신사나운 그런 장소인
맥도날드에 나온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비록 퇴직은 했지만 바쁜 세대들 속에 속하고 싶은 바람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젠 그 나이가 되어도 집에서만, 혹은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노인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음을 강조하고싶다. 이 말은
예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어쩌면 이러한 일들이 갈등의 모양을 하고서 표면적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는 더욱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사회는 서서히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노인들이 퇴직 후에 지낼 공간을 또 따로 마련해 주어야한다는 뜻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맥도날드보다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하는 경로당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 속에
"억지로라도" 끼어들고 싶어하는 그러한 양상들을 보면 경로당이라는, 단지 노인들만 있는 그러한 세상에 있기 싫다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것을 고려하여 프랑스에서는 은퇴자의 집(maison de retraite)의 식당에 초등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노년세대와 어린세대들이 어우러져 세대간에 친숙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게 된 데에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에이지즘으로 젊음을 예찬하고 늙음을 거부하거나 차단,격리시키는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내가
노년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노인들을 옹호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노년층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젊은 세대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젊은층의 특성이 노년세대에선 이해하기 힘들고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주장하기만
하면 사태는 악화된다.
가파르게 (요새들어 심각하게)대두되고 있는 고령사회라는 환경은 이런 종류의 갈등을 점점 더
빈번히 발생시키고 먼저 접하게 되는 곳에선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시하게 됨으로써 갈등을 조율해 나갈 것이다. 멀리서 이러한 것을
바라만 보고있는 곳에서 또한 발생, 나아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갈등을 접하게 되지 않으리란 법은 전혀 없다. 아직 미국이라는,
해외에 머무는 한인동포들의 집단적인 행동들에 불과할거란 의견이나 노인들이 다 그렇지라는 단면적인 견해만을 얘기한다면 시대를 잘못
바라보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은 "늙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늙는다는건 무엇일까, 어떻게 늙어야할까?
언제부터 늙는다고 할 수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늙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과제이다.
일상2014. 1. 18.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