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07. 8. 15. 00:27
말복이다.
예전같으면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삼계탕을 뜯었을텐데, 역시 혼자 나가살고 있으니까 내가 다 알아서 해야하는구나. 룸메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서 일주일이 지난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고, 그저 나 혼자 쓸쓸히 하루를 보냈다. 알바하는곳에서 직원에게 삼계탕을 외쳤더니 이따 여자친구랑 삼계탕 먹을건데 같이 갈래요? 이런다.
갈사람이 누가 있냐고. 아는 오라버니에게 삼계탕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좋단다. 나도 아싸! 이러고 직원들에게 자랑을 했다. 저녁시간이 되었고, 내가 밥을 먹을 시간인데 직원들이 너무 바빠서 내 밥는 시간이 딜레이가 되버렸다. 내가 대체 언제 밥먹을수 있냐고 했더니 자꾸 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점점 내 신경이 날카로워 졌다.
울컥했다. 내가 이렇게 밥을 먹어야겠냐고.. 결국 기분이 안좋아져서 서울우유500ml 와 맥스봉을 저녁으로 떼웠다. 같이 삼계탕을 먹기로 한 오라버니에게 전화를 해서 언제 만나냐고 했더니 오늘 같이 못먹겠단다. 완전 너무나 서글퍼졌다. 그냥, 그 자체가 너무나 내가 너무나 불쌍하게 보이더라. 그래서 눈물도 났다. 간신히 떨어지려는 눈물을 애서 휴지로 닦아내고 우울해 하지 않기 위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여 수다도 떨고 마구마구 웃었다.
생각했다. 알바마치고 나 혼자 통닭 사가지고 뜯어 먹어야지.
그리고 난 알바를 마쳤고, 혼자 통닭을 한마리 시켜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역시 포장을 시키셔서 같은 테이블에서 통닭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더랬다. 심심하셨던지 맥주를 시키시더라. 나보고 한잔 하지 않겠느냐고 권하시길래 처음엔 괜찮다고 했는데 계속 마셔라고 하셔서 500cc를 마시게 되었다.
그 전에 오늘 정말로 맥주 한잔 하고 싶었었는데 뜻모를 곳에서의 감동.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맥주를 마시는 동안에 오늘 처음 본 아저씨에게서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조언들을 받았다.
인생이란 이런곳에서 스릴을 느끼는구나.

아저씨께서는 테이블에 앉을때 내가 처음에 존재감이 없었다고 하셨다. 요새는 자기를 표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그리고 자기 딸이 10년전에 이 삼성통닭집 통닭을 아주 좋아해왔다고 하셔서 오늘도 딸을 위해 통닭을 사가신다고 하시더라. 그 순간 아빠가 보고싶어 졌다. 우리아빠도 내가 맛있는거 먹고싶어하면 사오시곤 하셨는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라고 하셨다. 나중에 남편에게서, 자식에게서 휘둘리며 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거 밀고 나가라고, 인생을 아주 멋지게 살라고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난 순간 몸에 전율을 느끼며 난 뭐든지 할수 있을것 같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아저씨의 말씀을 곧이 들었다. 아저씨도 내 마음을 아셨는지 내 눈이 아주 초롱초롱 하다고 잘 해낼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맥주를 서로 쭈욱 들이키고 시킨 통닭이 나왔다. 맥주는 아저씨가 계산해주겠다고, 그러고 서로 한마리의 봉지를 손에 들고서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여기서 또 보자고, 악수를 하고는 헤어졌다. 삼성통닭집에 시키러 갈때마다 그 아저씨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했다. 역시 아무도 없다. 깜깜한 공간을 간신히 환하게 켜고, 대충 정리하고 랩탑을 켜고, 혼자서 통닭을 뜯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했다.
혼자살면 이런것도 해보는구나. 라고. 여태 가족들과, 친구들과 닭 한마리를 먹었는데 혼자 이렇게 먹고있다니.
친구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를 하면서 약 한시간동안 다 먹었다.
나참, - 가지가지 한다.
그래도 이런것도 해보고, 잘하고 있는것 같애. 내가.

울지말자. 울면 니가 지는거야.
난 할수 있어.
내 인생은 내가. 내가 이끌고 가는거라구.
 
Posted by Florence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