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일 저녁 5시 30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도착.
비행기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그 순간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가슴앓이와 몸앓이를 했는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Tours로 오는 TGV 안에서 만난 Laurent 아저씨는 오늘이 1년째라는걸 아실까.
큰 꿈을 안고 이곳으로 왔다.
한국에서는 내가 프랑스로 가기만 하면 뭐든지 될것 같았다. 보들레르가 그랬지.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항상 잘 지낼 수 있을것 같다.)
사람의 삶이란건 여기나 저기나 다 똑같은 사람의 삶이라는 것. 일년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느낀 것 하나. 한번은 예전에 내가 한국의 지방여행을 하는중 아빠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아빠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거기라고 특별한것 있나. 사람 사는게 다 그게 그거지."
그때 당시에 아빠가 하신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에이, 그래도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다 똑같아요."
어른 말씀 틀린것 하나 없다.
1년동안 나는 얻은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프랑스어 좀 늘었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좀 넓어졌고, 또 여유를 배웠다.
1년동안 나는 잃은 것이 있을까 또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말 문법을 약간 까먹었고 한글 활자를 많이 접하지 않아 감성을 많이 까먹었고, 또 친구들 얼굴을 많이 까먹었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일까.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되겠다. 이롭고 부족한건 더 취해야 할 것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해로운건 돌아보지 않고 버릴 수 있는 그런 자세를 취해야 하겠다.
내가 감사해야할 사람들, 그 감사를 표현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하겠다.
지난 새벽, 나는 창 틈 사이로 들어온 검은나비를 보았다. 나의 1주년을 축하하러 들어온 것만 같았다. 아침에 조용히 창문을 열어주었다. 고맙다 나비야.
오늘아침엔 길거리 중고책판매상들에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집쪽으로'와 '스완의 사랑'을 4유로 구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