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07. 10. 15. 02:10
조제는 동물원에 가고 싶어했다.
시설에 있을 때 자원 봉사자의 도움으로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지만,
 시간 제한 때문에 새와 원숭이, 코끼리밖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동물원은 장애인들이 빠른 시간에 다 둘러보기에는 너무 넓었다.

조제는 호랑이를 보고 싶다고 했다.

츠네오는 맹수 우리 쪽으로 휠체어를 밀고 갔다.
오랜만에 봄날다운 날씨라서 그런지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조제는 호랑이를 보고, 상상했던 그대로라며 좋아했다.
맹수 특유의 몸짓으로 우리 속을 열심히 오가는 호랑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억제된 흉포한 힘을 느끼게하는 호랑이의 광기 어린 노란 눈이 이쪽을 향하자,
조제는 무서운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도 무서운 것을 보려고 하는 호기심은 누구보다 강한 듯하다.

호랑이는 어슬렁거리며 우리 안을 오가다가 갑자기 조제앞에 우뚝 멈춰 섰다.

조제는 너무 무서워서 숨이 막힐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힌다.
호랑이는 일격에 코끼리라도 쓰러뜨릴 것 같은 튼튼한 앞발로 콘크리트 바닥을 치고 몸을 비틀면서 포효한다.

노랑과 검정이 만들어낸 강렬한 얼룩무늬가 움직일 때마다 햇빛을 받아 번득인다.
조제는 호랑이의 포효에 기절할만큼 놀라 츠네오의 옷자락을 잡는다.

"꿈에 나오면 어떡해.."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보긴 왜 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호랑이를 보겠다고..
만일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생 호랑이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2007년 10월 14일 푸른밤 성시경입니다. 사랑을 읽다-
Posted by Florence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