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 방식을 통해서 20,000명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메일 연결망 « The Listserve » 는 평소 얘기하고 싶었던 불평이나 불행들을 서로서로 얘기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 연결망 서비스이다. 이것이 아마도 본인의 순서를 기다리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The Listserve, vidéo de présentation. Capture d'écran

                                          - The Listserve, vidéo de présentation. Capture d'écran -



« 만약 당신이 쓴 글이 백만 명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 »

2012년에 시작한 The Listserve는 이러한 무료 서비스 홍보용으로 위의 문구를 사용했다 비록 이 기사를 쓰는 시점 총 회원은 23,256명이지만 23,300명도 엄청난 숫자이다. 23,300명의 사람들을 앞에 두고 연설을 하는것이 상상이 되는가 ? 게다가 청중들은 당신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다면 ?


메일링 서비스인 The Listserve에서는 추첨을 통해 매일 한 명이 선택 되는데 회원들 모두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여타 소셜 네트워크에서처럼 보여지는 최대한 자신을 자랑스럽게 꾸며대는 틀이나 껍데기, 특정 대상을 상대로 하는 홍보라던지 그런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단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놓아버리기만 하면 되는 그러한 공간이다





특이한 경험이라 생각하도록 만드는 이 서비스의 특징은 희귀함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은 하루에 오직 한 명에게서만 날아오는 한 통의 이메일이기 때문이다. Slate(이 기사 매거진 이름)는 회원 리스트를 언급하면서 시민들이 매일 직위를 바꿔가는 얘기를 다룬 Borges의 소설 « "La lotería en Babilonia (바빌론의 추첨) », 고대의 이상적인 민주주의 형태와의 유사점 그리고 Kim Kardachian이나 Justin Bieber에게도 말을 할 수 있는 시간 따위들과 비유해보기도 했다.


발작성 수면, 조울증, 나르시시즘(극단적 자기애)


솔직히 말하면, The Listserve의 회원들이 보내는 이메일은 두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삶을 경영하거나 발전시키는데 대한 교훈이나 설교( 예를 들면,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여행을 하세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세요, 자신의 약점을 찾으세요, 점심시간에 접지술(?)을 해보세요 등등)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 두 번째 카테고리는 첫 번째 카테고리 보다 더 흥미롭다. 더욱이 The Listserve가 인터넷상에서의 불평 상담소와 비슷하다면 말이다.


The Listserve에서는 심리 상담이 무료이고 게다가 상담자는 무려 23,000명이나 된다. 시도해보자..


최근 한 뉴요커는 첫 번째 카테고리의 이메일을 보냈다. « OMG ! 모든 것이 정말 짱이예요. 삶이 정말 즐거워요» 이어서 그는 « 저에겐 문제가 있어요. 얘기좀 들어주세요. »

첫 번째 문단에서, 그는 금융과 관련된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고 있고(회원 세 명중 한 명 꼴) 다양한 스포츠 활동(크리켓, 스쿼시, 테니스, 복싱, 바이킹, 조깅)을 하며 20년 전부터 친 기타 솜씨는 수준급이며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 했다는 등등 이런 얘기를 나열했다.

나는 이런 미국인의 이상적인 인생에 대해 나열한 글을 읽어야만 하나 의하했지만 어라, 갑자기 이 뉴요커는 « 제 성격에 장애가 되는게 좀 있어요. » 라고 갑자기 말한다.

« 최근에 전 저에게 수면 발작과 조울증, 약간의 나르시즘적인 문제가 있다는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도박 문제도.... »


모든 오레오 종류의 리스트를 만들어요.


또 다른 회원들은 이메일 권한을 부여받은 그 날에 기존 이메일의 제목이 독특한 걸로도 리스트를 짤 만큼 리스트 만드는데 집착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후로, « The list serve »라는 웹사이트를 생성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 내 현재 전략은 일상(매일, 매주, 매달 별) 리스트를 짜는 거예요. »

다른 회원, 수잔 역시 카테고리별로 리스트를 짠다고 말한다.


« 간략하게 혹은 길게 리스트를 짜요. 방문한 국가, B로 시작하는 영화제목, 키웠던 강아지, 들렀던 식당, 여러가지 종류의 오레오... 자동차 브랜드, 자연공원. 치약 마크, 축구 선수 팀 등등 말이죠. »


몇일 전에 한 회원은 2008년에 자살을 했던 자신의 삼촌에 대한 인생을 얘기하기도 했다.


현재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한 회원은 그가 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았다. 나는 그 메일을 받고 그에게 답장을 보냈는데 이미 50여명의 회원들이 자신에게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나에게 다시 답장을 보내왔다. (만약 한 사람이 처음에 이메일을 보낼 권한을 갖게 되면 내용과 함께 본인 메일 주소를 함께 쓰면 그 메일을 받는 회원들은 그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다)

그는 이메일을 보낸 후로 자신의 글이 여기저기 게재,인용이 되었고 본인 직업과 관련된 일을 얻었는데 그 중 한 인터뷰에서는 창조성과 병의 상관관계에 관해서 다루었다. (정신 질환을 다루고 있는 Masters of Counseling 사이트에서 그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순수하게도 나는 내 요청에 대한 그의 답변들을 익명처리 했었는데 그는 이미 인터넷에 게재를 했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나에게 보내왔으며  또한 새로운 게시물과 기사에 대한 기대로 기뻐하는것 같았다. 이러한 영향들이 그의 고통을 덜어주었고 그는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The Listserve는 우리에게 프랑스인들이 처음으로 미니텔과의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때 Michka Assayas이 쓴 Exhibition으로 다시금 빠져들게 만든다.


« 대개, 사람들은 낯선이들 앞에서 자신의 정신적 상처들을 드러내곤 합니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폭력, EDF에서 겪은 힘들었던 동성애, 씻을 수 없는 경멸을 받았던 것, 남들이 알아주지 않음에 대한 고통, 반대로 너무 튀어서 받는 고통, 승리 후 오는 스트레스, 실패 후 오는 스트레스, 직장, 실업상태에서 받는 부당함..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고통들을 표출하기 위해 줄을 선다고 표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돈이나 취미생활로도 해결 할 수 없는 기적의 치료이자 고통 앞에서 단단해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고통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우리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다. 이것들은 우리에게 질투와 부러움, 무관심의 대상이 될까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것이다.

The Listserve는 이것보다 더 하다. 다른 점은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최고의 인생을 우리의 것과 비교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대하여 동정하게 된다는 것인데 우리가 냉소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점과는 다르게 그러한 점이 정신에 너무나 좋지 않다.


한 개발자는 숲에 살러 떠났다.


현대적 질병은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사회의 가장 부유한 집단에서 커져가는 서양의 개개인들의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더욱이 이따금씩 한 번씩 볼 수 있는데 인도의 한 젊은이가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권한을 얻었을 때 확인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력서를 함께 첨부함으로써 자신의 이력서를 가지고 회사에 지원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지지를 이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 전 성공하기 위해서 PHP에서 프리랜서로 아주 열심히 일했어요. 전 나름 훌륭한 경쟁력을 갖췄고 MySAL, NOSQL, XML도 능숙하죠. jQueryangular .js framework는 정말 잘해요. Amazon 웹서버 시스템도 구성할 줄 압니다. 스파이더와 크라울러도 잘 알아요. »


회원들이 캘리포니아 스타트업의 경영자나 직원, 혹은 independent life coach가 아닌 경우라면 대부분은 개발자들이다. 몇몇은 개발자가 되는 방법들에 관한 책이나 블로그를 만들었고 다른 몇몇은 리눅스를 방어하는데에도 종사한다.


6 6일에는 « 숲에서 코딩을 하기 위해 전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 라는 마치 한 편의 산문집 제목같은 메일을 받았다.


« 전 최근에 하던 일을 관두고 살던 아파트 마저 떠나 숲속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 전 아주 조용하고 멋진 호수 앞에 앉아있어요. 제 앞엔 작은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고 해가 지고 있네요. 제 무릎엔 제 노트북이 있습니다.

전 개발자입니다. 전 온전히 제 스타트업에 대한 계획을 위하여 (그에 맞는 코딩능력을 갖추기 위해) 숲속에서 텐트생활을 하기로 결심을 한거죠. 2주마다 텐트 장소를 바꾸고 있어요. 아파트도, 일도, 급여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 제가 있어야 할 곳에 와 있습니다.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느낌에요. [...중략] 전 제 스타트업이 제대로 시작되기 전까진 정상 생활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이건 정말 커다란 모험이라 할 수 있겠죠. 전 빈 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


은둔생활자라고 하기엔 23 000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립에 대한 얘기를 한다는게 좀 재밌다. 내가 이 기사의 마무리를 짓고 있었던 오후 5 22분 즈음, The Listserve에서 제목이 없는 익명의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간단했다


« Be Kind »


Jean-Laurent Cassely



Slate 2013.08.12


원문 출처- http://www.slate.fr/story/76406/listserve 


불어판 원문 저작권은 Jean-Laurent Cassely게 있으며 한글 번역판의 저작권은 Florenceciel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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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의견 *


이 기사를 접하고서 바로 The Listserve에 가입을 해서 매일 한 통의 메일을 받아서 읽고 있다. 어떤 날은 흐뭇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아버지와 아들의 일상 이야기, 어떤 날은 벨기에 여행자가 어느 맥주가 맛있는지 순위를 매겨서 추천도 해주었고 어떤 날엔 어느 수사학 교수가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행해야 할 중요한 점들을 가르쳐주었으며 또 어떤 날은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둔 어머니가 본인의 이야기와 추천하는 시설에 대한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 또 어떤 날은 간단하게 일상의 행복을 외치며 도넛을 전자렌지에 데워보았냐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라는 짤막하고도 전구가 머리에서 똑 켜지는 그러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해 주었다. 매일매일 메일이 도착하는 시간이 되면 나는 편지함을 꼭 확인해보고 메일이 도착해있으면 안심하게 되는 그러한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또 어떤 메일이 도착할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나처럼 기다리는 메일을 쓸 수 있는 주인공이 당신이 된다면 이 얼마나 쫄깃하고도 바운스바운스한 이벤트가 아니겠는가!  당장 클릭하시라. « The Listserve » (두려워말아요. 영어입니다.) 



 


Posted by Florence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