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내가 뚜르에 살았을 때, 알프스에 너무나 가고 싶었다. 여행을 하는 셈 치고 Woofing 이라고 농장이나 밭에서 하루 4시간씩 일을 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 보수가 없는 대신에 숙식 제공을 해주는? 일종의 봉사활동인 이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가입을 하니 농장주 연락처 리스트를 열람 할 수 있어서 바로 알프스 지역의 한 농장에 컨택했다. 내가 알프스에 뭔가 기가막힌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도 좋았지만.ㅋㅋ 여하튼, 그래서 제네바 근처에 Annemasse라는 도시 근교의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는 집에 약 2주일 머무르면서 사과도 따고 밭도 일구고 시장에서 과일과 야채들을 팔기도 해보고 정말 좋은 경험을 했었다. 그 곳에서 Salève라는 작은 산에 할머니와 차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목을 축이기 위해서 들린 휴게소에서 우연히 여러 엽서들을 보게 되었고 몽블랑이 있던 사진의 엽서를 할머니께서 한 장 선물로 사 주셨더랬다.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난 몽블랑에 올라가볼 수나 있을까, 그저 실제로 멀리서라도 보기만 했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 그 산에서 멀리서나마 보였던 몽블랑을 바라보며 한없이 사진만 한없이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3년 후, 나는 멀리서만 바라보았었던 바로 그 알프스의 지붕 몽블랑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그르노블에서 샤모니까지 가는데는 같은 알프스 동네라도 일반 기차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환승도 Annecy에서 한 번, St.Gervais 에서 또 한 번. 샤모니 전용열차 내부 모습. 빨간색. 참 예쁘다. 날씨도 캬.
기차타고 점점 오르는 중 몽블랑처럼 보이는 설산이 나타났음 ㅠㅠ
내려서 숙소 찾아가는 길.
여기가 숙소! 가 아니고 무슨 팬션같아 보였다. 여기 주인은 좋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본격 동네 탐방. 아침 일찍 기차를 탔음에도 도착시간은 오후 1시 반. 그리하여 몽블랑은 내일 오르고 오늘은 길 파악하기.
여기가 몽블랑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스테이션.
샤모니 시내.
어느 왠만한 도시에 다 있는 미니기차
이거 타도 괜찮을듯. 그러나 튼튼한 다리가 있기에 해가 질 때 까지 걷.는.다.
다른 도시와 사뭇 다른 분위기. 역시 산지방이라 건물 양식이 알피니스트풍.
햇볕이 너무 강해서 벽화가 진하게 안 찍힌게 좀 아쉽다. 고성 같은곳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일명 Trompe-l'oeil(실물로 착각할만큼) "사실적인 그림"
가히 환상적이었다. 날씨가 받쳐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긴 빙하를 볼 수 있는 산악열차 타는 곳.
샤모니 역.
알프스 지방 특산품들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숙소 바깥 테이블에 앉아서 저녁을 해 먹었다. 원래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지만 숙소에서 취사가 되기도 하고 와인을 좋은 걸 사서 마시는 쪽으로 정함. 그리하여 메뉴는 부대찌개(...) 그리고 화이트 와인.
아참, 숙소는 알펜로즈라는 한국인 아저씨와 일본인 아주머니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 편하고 시설도 되게 깨끗했다.
와인을 잘 아는 아이들이 골라서 그런가, 내 입맛에 괜찮았다. 근데 모자랐음.....
밤에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느라 목이 .... 그리워 별들.
옆 테이블엔 한없이 산 위를 계속 올려다보며 맥주를 마시던 한국인 남성 한 분이 계셨는데 계속 침묵을 지키고 계시길래 말을 붙여보니 에티오피아에서 구호활동일을 하고 계시단다.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선진국을 한번 여행해보고 싶으셨다고. 하지만 자신이 있던 나라나 개발 도상국들에서 보았던 풍경들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감동이 오지 않는것 같다라고 하시더라. 난 아직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 한 번도 가보질 않았지만 티비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될 때마다 내 가슴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풍경들을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에 실제로 본다면 어마어마할 정도일 거라는 것. 어느정도 알 것 같았다. 그러한 감정, 인상...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분의 인생관이었다. 물론 선진국이 아닌 국가에 살면 치안이 좋지가 않으므로 여러가지 산전수전을 겪을 것이다. "전기도 산 지방인데 다 들어오고.. 앞에만 나가면 슈퍼가 있고... 얼마나 좋아요. 깜짝 놀랐어요. 파리에 있다보니까 도시가 참 살기 좋더라구요. 예쁘고.. " 그런데 계속 얘기를 나눠보니까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한다. 나같으면 그런 기억 때문에 그 도시마저 좋지않은 인상으로 남길 것 같은데 이 분은 파리가 오히려 너무 좋았다고 말하신다.
"그냥 놓고 살면 편해요."
다음에 에티오피아에 놀러오라며 연락하면 정보들을 알려주겠다고 하셔서 낼름 연락처를 받긴 했는데 가까운 미래엔 갈 계획이 없으니 안부인사라도 여쭈어야겠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나눈 대화였지만 그 분의 삶에서 숱하게 많은 경험을 하고 깨달았던 것을 마치 자신의 말 속에 섞어 전달해준 것 처럼 느껴져서 이 첫 째날 밤을 생각하면 흐뭇하다 아직도..
우리에게 쥐포까지 한아름 주시고는 주무시러 가셨다. 그 다음 날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을 목격하고 인사를 건네었는데 쑥쓰러우셨던가 웃기만 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