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는 하루에 커피를 50잔이나 마셨다고 하는데.. 그럼 커피는 예술가들의 마약인 셈?


                                                                              REUTERS/Mario Anzuoni


커피! 커피는 « Daily Rituals » 내 책이 탄생하는데 아주 커다란 공신을 했고 베토벤, 프루스트, 글렌 굴드, 프란시스 베이컨, 쟝 폴 사르트르 그리고 귀스타브 말러를 이끌었다.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카페인은 주의 집중, 잠을 쫓아내 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데 유리하게 만드는 강력한 (미약한 단점도 물론 포함된) 마약이다. 커피를 준비하는 의식 또한 창조적인 기분을 만드는데 도입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음은 발자크의 현대의 흥분제 개론의 일부분이다


« 이 커피가 위장에 떨어진다. (…) 그러자 모든 것은 반응한다. 아이디어들은 마치 단단하게 무장을 해 전투태세를 갖춘 대대 마냥 서서히 앞으로 나간다. 그리고 전쟁은 시작된다. 기억들은 돌격보와 함께 다가온다. 펄럭이는 깃발, 훌륭하게 질주하는 어느 것 비교할 데 없는 경기병, 논리 정연한 포병대는 포대와 탄약을 이고서 재빨리 다가온다. 저격병의 힘찬 기백이 느껴지고 그 양상들은 뚜렷해진다. 종이는 이내 잉크로 덮인다. 전야는 시작되고 검은 물의 분출로써 끝나버린다. 마치 시커먼 먼지를 일으키는 전투마냥. »   


발자크는 하루에 50


커피 없이는 발자크는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커피 없이는 극단적인 그의 삶을 견디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간헐적으로 미친듯이 글을 썼다. 혹은 그의 전기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휴식과 쾌락의 난무를 점찍는 작업의 난무 ».


작업을 하는 동안에 그의 생활 리듬은 거칠었다. 오후 6시에 가볍게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 새벽 1시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 7시간동안 썼다. 아침 8시에 한 시간 반 정도 다시 자고 9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내리 글을 썼다. (블랙)커피를 계속 마시며 작업을 반복했는데 추정컨대, 그는 하루에 50잔의 커피를 마셨다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어쩌면 약간 과장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위경련, 안면 근육 경련, 두통 그리고 고혈압이 있었고 결국 51세 때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좋은 본보기


어쩌면, 아침 8시에 일어나 진한 커피(커피와 우유 섞어서) 네 다섯잔을 곁들여 아침을 푸짐하게 먹었던 오즈의 마법사 저자인 L. Frank Baum이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 수학자 Paul Erdös는 진한 에스프레소와 암페타민이라고 하는 각성제(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더 길게 설명하겠다)를 복용하며 오랜 시간 동안 작업 활동을 했다.


« 한 수학자(Paul Erdös은 자신을 이렇게 지칭하는걸 즐겨했다)는 커피를 정리로 바꾼 기계이다.(커피에 의해 수학 명제에 대한 정리를 이끌어냈다는 말) » 


아니면 초월적 명상  에 대한 국제 대변인이 되기 전, L.A의 어떤 작은 레스토랑의 단골이었던 다비드 린치가 있다.


« 7년 동안 난 Bob’s Big Boy에서 먹었습니다. 점심 때의 혼잡을 피해 오후 2 30분에 그곳에 가서 쵸코 밀크 쉐이크와 네, 다섯, 여섯, 일곱 잔의 커피(설탕을 넣어서)를 마셨죠. 이미 설탕이 많이 들어있었고 농도가 매우 짙었던 밀크쉐이크 였습니다. 은잔에 담겨 있었죠모든 이 당분은 나에게 자극이 됐고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다 줬어요. 그것들을(아이디어) 냅킨 위에다가 적기도 했습니다. 마치 종이가 놓여져 있는 내 책상 같았어요. 펜을 가지고 오는 것만 기억하면 됐었는데 깜박한 날엔 웨이트리스가 하나씩 주곤 했습니다. Bob’s 레스토랑에서 난 아주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


준비 의식


소량의 커피를 마셨지만 유독 커피 준비 의식에 몰두했던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베토벤은 주로 아침 식사 때 커피를 마셨다. 그는 정성을 다해서 커피를 내렸는데 한 잔에 커피 원두 60알을 하나하나 깨알같이 세었다.


Joakim Garff에 의하면 덴마크 철학가인 Søren Kierkegaard« 그 만의 커피 마시는 법이 있었다. »고 말했다.


« 그는 설탕이 담긴 주머니를 가지고서 커피 잔에 넘치지 않게 경계 부분까지 (!)부은 다음 천천히 하얀 피라미드 형태로 녹아 들어가게끔 굉장히 진한 커피를 부었다. »


그러고서 그는 단숨에 원샷 !!!


그러면 차는 ?


연구를 하면서, 차를 매우 많이 마시는 그 어떤 아티스트도 난 만나지 못했다. 사무엘 존슨이 하루에 차를 많이 마신다고 하지만서도 말이다. 미국 작곡가인 존 아담스는 내게 아침 9시부터 오후 4 5시까지 작업실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녹차타임을 갖고 있다고 알려 왔다시몬 드 보부와르는 차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통스토이는 아침 식사후에 차를 작업실에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the Awl 이라는 사이트에서 가수 Morrissey가 일상적인 차 의식을 가진다는걸 알게 됐다.


« 일어나자마자 난 차가 필요해요. »


하지만 오직 커피나 차만이 작업하는데 영감을 주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그건 아이디어를 흐르게 하는 대용물이 아닌 하나의 방법이다 발자크가 말했듯이.


« 많은 사람들은 커피가 영감을 주는 힘이라는데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커피를 마신 후에 오는 따분함이 더 많은 따분함을 안겨준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Mason Currey :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 의 저자.                  

Slate 2013.05.02


원문 출처- http://www.slate.fr/culture/71711/cafe-artistes-balzac-beeth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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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lorenceciel


Images de l'anatomie du cerveau montrant la variabilité morphologique entre tous les individus, indépendamment du sexe.

« 뇌의 해부학적 이미지들은 성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들 사이에서 형태학적인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 Catherine Vidal » * Femmes: 여성 / Hommes: 남성


남녀 신체적 성의 동일성에 대한 구분을 연구 하고 있는 성 연구는, 태생이 남자와 여자로 만드는데에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Catherine Vidal : 신경생물학자이자 파스퇴르 연구소장이며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를 했다.


Q. 태아의 뇌는 자라면서 남아인지 여아인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나요?


Catherine Vidal : 아닙니다. , 남 태아의 뇌 사이에 해부학적 차이점은 없습니다. 대뇌반구, 소뇌 그리고 뇌간을 형성시키는 유전자들은 사실 X,Y 염색체와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구조상의 도식은 완전히 같죠. 우리가 찾아낸 단 하나의 차이는 재생산을 하는 생리학적 기능을 제어한다는 것입니다. 임신 8주부터 형성되는 난소와 고환은 여,남 태아에서 다른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각각 난포자극 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이 그것입니다. 태아기 동안 만들어지는 테스토스테론은 여아와 남아에서 다르게 작용하게 되는 뇌의 한 부분, 즉 시상하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춘기 때 뉴런은 여자 청소년으로 하여금 매달 배란을 촉진시키게 합니다. 그것은 남아 시상하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기능이죠.

반대로 다른 기능에 있어서는 여아와 남아의 뇌에 대한 차이점(예를 들면 인지기능- 지능, 기억,주의, 이성/ 감각적 기능-시각, 청각)은 어떠한 것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출생 이후로 진행되는 것이죠. , 사회적, 감정적, 문화적 환경과 아이와의 상호작용들이 뇌 형성에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뇌는 출생 후로 형성되는 것인가요 ?


커다란 부분은 네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신체와 뇌의 내적 발달 과정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생 시 신체는 뇌보다 더 많이 완성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즉 우리는 작은 폐, 작은 심장 그리고 작은 근육들을 가지고 태어나는 거죠. 곧 우리의 몸은 자라기만 하면 됩니다. 임신 동안에 많이 형성되어 있었죠. 이것은 뇌와는 다른 경우입니다. 천억개의 뉴런이 형성되는데 반해 이 뉴런들끼리의 연결은 10 % 밖에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뇌는 뉴런끼리의 연결이 이루어 져야만이 작동을 하죠.

대부분 십억 여개의 뉴런의 연결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아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순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갓 출생한 아이의 시력은 굉장히 초보적인데 이것은 5세가 되어야만 정상 성인의 시력과 비슷해 집니다. 그래서 시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형성되는데에는 5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눈이 빛에 노출되어야 합니. 이것은 인지 기능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인지기능이 발달되기 위해서는 사회작용은 필수적이지요. 미개적인 아이는 대부분이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선천성과 후천성은 뇌 형성에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Formation des circuits de neurones dans le cortex cérébral humain de la naissance à 2 ans.

                   « 2세 아이 뇌의 피질에서의 뉴런의 순환 형성 모습- Catherin Vidal »


그러니까 사회화가 우리 뇌를 형성한다는 것이지요 ?


사회, 환경, 경험 등등.. 우리 뇌는 가소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각자의 이야기에 따라서 형성되는 것이죠. 각자는 각자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다른 뇌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지구에서 70억 개인들입니다. 이 말은 70억 종류의 다른 성격과 다른 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죠.


같은 성을 가진 두 사람의 뇌 보다 남성 여성의 뇌 사이에서 더 뚜렷한 차이점이 있나요 ?


확실히 없습니다. 게다가 이게 남성의 뇌인지 여성의 뇌인지 한 성인의 뇌를 보고서 추론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만약 뇌들을 나란히 나열해 놓는다면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이것이 해부학적으로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일 겁니다. 어떠한 것도 같지 않다는 말이죠. 같은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뇌 사이에서 발견되는 차이점은 남성 여성의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



Imagerie cérébrale par IRM fonctionnelle pendant un test de calcul mental. On observe une
grande variabilité dans les zones cérébrales activées quelque soit le sexe. Les différences
d'activations cérébrales entre les personnes d'un même sexe dépassent les différences entre les sexes.

« 머릿속으로 셈 테스트를 시키는 동안에 MRI에 의해 촬영된 뇌의 이미지들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활동하고 있는 뇌의 구역들이 아주 큰 다양성을 띄고 있다.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에서의 뇌의 활동성의 차이점은 여성, 남성에서의 그것보다 더 능가하고 있다. - Catherine Vidal »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 « 성별 » 교육에 따라서 우리 뇌에서 연결들이 서로 다르게 이루어 지나요 ?


모든 것이 뇌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모든 배움들은 뇌의 연결에 있어 변형을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주의해주세요, 그것은 남성 여성에 대한 잣대에 따른 사회적 규범속에서 우리가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크면서 그러한 규범들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뇌의 유동성(가소성)에 우리가 받아들여야하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뉴런에서는 모든 것을 굳혀서 정해놓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결코 늦은건 아니라는 거네요 ?


시기는 넓게 잡을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이의 인생에 배움이란건 부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학교, 친구들, 미디어들.. 모두.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에 기여를 하는 겁니다.


당신의 연구들은 성 연구의 업적들을 확고히 하고 있나요 ?


성이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개념이라고 강조하는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것은 신체적 성 만으로 여자로, 남자로 만들기엔 불충분하다는 데에 연구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인문사회과학에서 필수적인 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이제 뇌의 굉장한 가소성을 증명하는 신경생물학의 연구들에서 유효성이 생겼습니다. 15년 전에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을 뇌의 능력인 것입니다.

전에는 뇌에서 손상이 일어난 후에 회복이 가능하다고 알게 되었고, 또 이러한 뇌의 가소성이 뇌출혈과 같은 큰 사고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만 생각했죠. 오늘날에는 이 가소성은 매일 일상 생활에서 또한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뇌는 배움에 따라, 경험에 따라서 계속해서 변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남성,여성의 정체성이 유전자에 의해 미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걸 밝힌 셈이군요 ?


정확합니다. 뇌의 가소성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두 발로 걸어다니는 사람으로 인류를 지칭)는 유전적, 호르몬의 결정론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유전자와 호르몬에 의해 결정된, 정해진 기계가 아닙니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과 행동에 있어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결정권자입니다.

  

Lucie Soullier

르몽드 2013. 05.25


원문출처- http://www.lemonde.fr/societe/article/2013/05/25/les-hommes-et-les-femmes-ont-ils-des-cerveaux-differents_3174565_32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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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3. 8. 12. 04:34

  고등학교 베프를 만나고 돌아왔다. 작년에 결혼했고 올해 아이를 가졌고 현재는 새마을금고에서 6년차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막상 아이를 갖고보니 점점 생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져도 직장생활을 버텨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점점 배도 불러오고 남편은 구미에서 직장을 다녀서 주말부부인것이 나중에 아이를 생각했을 때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도 있고 출산휴가를 낸다고 해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으니 부모님도 일을 하셔서 아이를 돌볼 방도가 없다는 이유로 직장을 관둘까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상황을 겪었던 선배 언니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나중에 후회한다, 새로 일을 가진다고해도 지금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을것 같냐, 나중에 애들이 엄마의 직업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할거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자리로 또 승진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 이 시기가 힘들뿐이지 금방 지나갈거다 등등..
얘기를 듣고있자니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선택해야 할 부담이 굉장히 크구나, 내가 그녀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로서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집에 오는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안그래도 무거워죽겠는데(...)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문제가 될텐데 사회적 자체적 인간으로서의 가치, 누군가를 책임져야하는 엄마로서의 가치. 아 어렵다.
이런 얘기를 집으로 와서 엄마에게 늘어놓으니 마침 뉴스에서 이런 얘기가 보도가 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자정까지 운영한다는 뉴스가 뒤따랐지만 말이 국공립 운영이지 충족이나 될까...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주체가 엄마들인데 그런 사회는 아직도 엄마들의 고충과 희생을 이해하고 보상하기엔 역부족인듯 보인다. 

 요즘 집에 있으면서 새삼 엄마의 포용력에 매 순간 감탄하고 반성하고 있다. 하긴 그래서 나를 여기까지 키우셨겠지....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부하란 소리를 들은적이 단 한번도 없고 뭐해라 뭐해라 전혀 그런거 없이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방관형으로 자랐다. 그런 엄마는 남동생의 제대 후 그리고 학교 복학 전의 잉여력에 역시나 아무말씀 안하시고 밤늦게 동생이 배고프다는 소리에 계란을 대여섯개 냄비에 넣어서 삶아주신다던가 새벽 3시가 넘어서 몰래몰래 친구 만나러 나간 동생에게 전화해서 어디가냐고 그저 알겠다로 마무리. 반대로 난 요새 그런 동생한테 바가지 긁는 중......... 그러다가 엄마를 보면 또 그저 나의 불같은 성격을 참을 수 밖에. 아 나는 나중에 내 아이 어떻게 기르나 걱정이 살짝 들기 시작한다. 엄마란 역할은 아직 나에겐 솔직히 겁이 난다. 닥치면 다 어떻게든 이끌어 나간다지만 그래도.. 철이 덜 든걸까. 철분 영양제가 필요(...) 

 고등학교땐 꿈,학업진로에 대한 얘기들, 대학교땐 취업진로에 대한 얘기들, 이십대 후반엔 연애얘기, 결혼얘기, 직장얘기, 신혼얘기 등등 주제가 달라지지만 그렇다고 서로 처해있는 입장들이 같은게 아니라서 공감대형성이 좀 사그라드는건 사실이긴 하지만 고민하고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서스름없이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오랜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그래도 날 든든하게 해준다. 

 세월이 흐른다는건, 비슷하거나 같은 상황적 조건을 가진 그룹에서부터 비슷하지 않거나 아예 다른 상황적 조건을 가진 그룹의 구성원들과의 만남, 그 속에서의 갈등,이해,충족,깨달음 등등을 통하여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겪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각자 나름의 생활방식을 단단히 구축하는것, 그 속에서 찾은 인생의 노하우가 또한 개인의 생활방식을 또한 빛내주겠지. 
아아 산다는건 어떤걸까. 오랜만에 답지가 없는 문제집을 푸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Posted by Florence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