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20. 9. 13. 05:43

블로그에 글을 안 쓴지 5년이 지났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있다.

 

현재 SNS도 본의 아니게 안하게 된지도 어언 2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잘 지내고 있으리라.

 

나도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서 여행을 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 노트북을 바꿨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탑3이라고 아실려나. 

적응 중인데 나름 괜찮다. 화면도 큰 걸로 사니 시원시원해서 좋다.

바꾸기 전에는 버퍼링이 너무 심해서 유튜브를 볼 엄두를 못 냈었는데,

역시 안락한 환경에서는 안락함을 계속 찾게 되는구나 생각이 든다. 

집에 티비도 없으니 뭔가 신세계를 맛보는 기분. 

한국 예능이 참 재밌다는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노트북을 바꾸고 Zoom을 사용할 일이 늘어나더라. 

바꾸길 잘했다.

 

핸드폰은 올해로 9년째 아이폰 4S를 쓰고 있는데 업데이트가 이제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주요 어플의 업데이트가 불가능하여... 본의 아니게 인스타그램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카톡은 PC가 되어서 천만 다행이다.

당분간은 전화, 문자, 알람, 사전만 필요하니 새 핸드폰은 급하지 않다.

아마 예상컨대 올해 말 정도에 새로 장만하지 않을까.

 

그동안 성격이 변한 것 같다. 아니 변했다. 

예전엔 소심했다면 뭔가 쿨해진 느낌. 

예전엔 내가 못한 것에 대하여 자책을 많이 했는데 이젠 그렇구나 넘겨버리고 내가 잘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뭐랄까.

내가 누구인지 하나씩 깨닫게 되면서 나의 한계적 한계와 발전가능한 한계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아직도 의문이 드는 점들이 많지만, 그 또한 서서히 알게 되겠지. 

그래서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 

변한 내가 마음에 든다. 

 

한국을 안(못) 간지 어언 3년이 넘었다.

2017년 여름이 마지막이었으니.

 

오늘은 프랑스의 코로나 하루 확진자 수가 만명을 넘었다. 

굉장히 암울하다. 

천명대, 2천명대...... 이어져서 8천, 9천명이더니 기어코 만명을 넘겨버렸다. 

대단하다 프랑스. 

어제는 총리의 짤막한 대국민 연설이 있었는데, 

이번엔 경고를 하는 것이고, 

왠지 빠른 시일 안에 마크롱이 직접 하지 않을까. 

재봉쇄 한다고.

 

아.......

 

오늘은 마음이 그냥 그렇다. 

말 할 사람도, 있다고 해도 굳이 이런 이야기는 재미없으니 하기가 뭣하다.

그래서 블로그가 있나보다.

좋군.

 

 

 

 

Posted by Florenceciel
여행2015. 10. 10. 17:33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나만의 개인의 여행이겠지만, 그래서 특별히 공감대가 느껴지진 않겠지만 나는 이 개인의 경험과 체험, 기억의 기록이 어쩌면 이 글을 읽을 상대방에게 일말이나마 생각할 여유를 가지게 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학을 와서 최고로 바쁜 나날들이라면 바로 현재라고 단언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의 시간, 나는 낯선 곳에서 그렇게 매일을 낯설게, 일상의 틀을 벗어난 곳에서 거닐고 또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


그르노블에서 파리로 온지 1년이 지났고, 2013년 무모하게 떠났었던 남미여행을 한지 2년 째, 남미라는 비현실적인 것 같은 곳에서의 한 달이 나에게 마치 세상을 다 본 것 같은 충분한 여행이었다는 착각에서였던건지, 아니면 한국에 비해서 이 곳의 여유를 감탄하면서도 박힌 시간들을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일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굴레에 스스로 틀어박혀 익숙해져 있었던건지 전혀 어딜 한 번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동안 하지 않았었다. 한 번 크게 움직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스친 계기는 잘 생각이 나질 않는데, 그게 아마 뉴욕이었을거다. 뉴욕의 가을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내 암스테르담으로 대체시켜 8월, 그렇게 난 10월 초 떠나는 암스테르담행 열차 티켓을 발권했다.


솔직히 너무나 바쁜 나날들이었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설렘은 전혀 없었고, 막상 여행할 날짜가 다가오자 괜히 간다 설친걸까 내심 후회도 했다. 그래도 어쩌랴, 나는 후회는 하기 싫은 인간이니까. 남미행 비행기 티켓도 지르듯 끊었고 생각이 바껴 환불을 요청했을 때 '취소는 할 수 있지만 환불은 안된다'는 답변에 '아 몰랑!' 그렇게 떠난 여행이었듯, 하고 있던 것을 지르듯 내려놓은 채 새벽 기차에 올라탔다.




북쪽으로- 북쪽으로-

브뤼셀, 로테르담을 거쳐 믿기진 않지만 3시간 후 내려 암스테르담에 발을 내딛었다.

내가 생각했던, 상상했던 곳이 전혀 아닌 풍경이 펼쳐졌다. 같은 유럽이라도 각 국가의 특색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유.럽. 이름을 가진다는 것, 지칭하는 것의 이름이 내포하는 무서운 힘이라는게 느껴졌다. 나는 엄청난 착각 중의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기2015. 9. 16. 18:58

모든게 절망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에서의 할 수 있는 일.

커피를 마시며 내 자신을 위한 여유를 주는 일.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옷이 흠뻑 젖어 게다가 우산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정도의 바람이 불 때, 화가 내 몸을 덮어버리고 나는 어디로, 내가 가고자한 그 곳으로 가도 될까 망설인다.

별 것 아닌데.

한숨을 들이쉬고 또 애써 웃어는 본다. 커피를 건네주는 상대방에 대한 친절한 인사.


생각이 몰려온다.

하지만 그건 나의 것이 아닌 것 같단 불안감이 느껴진다. 나는 혹시 이 비와 함께 내려진게 아닐까.

또 다시 말라버리면 어떡하지.

생각하는게 버겁다.

보이지 않는 것에도 무게를 잴 수 있다면,

겁이 날 것 같다.


최선을 다 하는 삶.

내가 말라버릴 때까지 달려서 그 곳에 다다르면 나는 그 땐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강할 필요가 있을까.

언제쯤이면 원하는 것들을 알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무도. 아무것도.


생각은 어디에서 내려질까.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생각에도 차별이 있는가?

생각은 문자로 적혀질 수 있는 거라면 생각에 대한 답은 이미 적혀진 것일까.

변하지 않는 것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의 힘일까.

힘이란건 어떻게 정의 내려질 수 있을까.


내리는 비와 내려진 커피는 강하다.

쓸데없는 이런 생각마저 생각이라 정의내릴 수 있는 거라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일테다.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5. 2. 25. 06:00

프랑스 노년학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어서 종종 관련 주제 세미나나 컨퍼런스 안내소식이 배달되는데 노인공동주택에서 "Habitat intermédiaire" 이라는 주제로 하루동안 진행되는 세미나 신청을 받길래 한 달 전에 신청하고 기다렸다. 실습을 하지 않으니 이런 기관에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어서 꼭 가리라 마음을 먹었다는!!!

전날, 장소가 파리에서 북쪽으로 좀 떨어져있어서 위치를 검색해보니 기차 H라인을 타는거다. H라니? 나로선 RER은 D선까지밖에 모르는데 대체 정체가 뭐지 하며 찾아갈 수나 있을까 심히 걱정을 하면서 아침에 나갔다. 파리 북역에서 출발하는 이 기차는 RER과는 다르게 북역 기차역에서 일반 기차들 플랫폼에서 탑승. 기차가 상당히 깔끔하고 예뻤다.


Domont 에서 내렸는데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너무 늦게 도착을... 목적지를 찾아 해매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얼핏 위치설명에서 언급되었던 13번 버스가 보이길래 냅다 탄 다음 요금도 내지않고(...) 운전기사아줌마께 여쭤보니 한 정거장 후라고 그냥 타고 무사 도착. 그런데 그 주변이 다른 공동주택들이 많아서 입구를 좀 많이 해매다가 드디어 세미나실로 살금살금 들어가서 앉았다.


Arefo 소속의 Hélène Moutet이라는 이름의 노인공동주택(Foyer du logement)으로 아직 혼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 수준을 가진 노인들이 한 건물에 원룸식으로 사는 곳이다. 입주자들의 평균나이는 84세라고. 이곳엔 유형이 다른 총 80개 방이 있고 미용실과 발 관리실,도서관, 컴퓨터실, 식당 등등과 24시간 내내 가디언이 있고 입주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오늘 나눈 세미나 주제를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자신의 집에서 공동주택으로 옮겨서(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럭저럭 잘 정착한 노인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거동을 하는게 불가능할 정도의 건강상태가 되면 장기요양병원(EHPAD)으로 강제적으로 옮겨야하는데 '자신의 집에서 산다는 것(vivre chez soi)'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다뤘다. 자신의 집에 머물 권리. 보통 본인의 집에서 죽을 때 까지 머무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세미나에 거주자들도 참여했는데 그 중의 한 분이 세미나 도중 말씀하시길, 

"내가 나중에 많이 아프면 여기를 떠나야하는데... 내가 여기 25년이나 살았거든요. 완전 내 집인데 그 생각만 하면 걱정되요." 


하지만 어느 세미나나 그렇듯 거주자들의 불평들과 강연자들의 현재 정책에 대한 비판, 애매모호하고 붕 뜬 임기응변식의 대답,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각인들로 마무리 지어졌고 질문들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은 다음 세미나에 대한 기대로 대신했다. 


확실히 EHPAD보다 어르신들이 웃음이 많고 활기차고 옷 매무새에도 많이 신경을 쓰시더라. 한국에서 사회복지학부 과제 차 노인복지관에 인터뷰 하러 한 번 간적이 있었던 것 빼곤 프랑스에서부터 노인복지 세부전공을 시작한 이유로 노인시설들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서 비교를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공동주택이라 공동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고 공동의 공간이 있을수록 개인의 공간 또한 존중해야한다고 강조하는걸 듣고 있으니 단체 활동도 좋지만 개인의 특성과 가치 또한 확실히 존중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세미나를 하루종일 듣고 있자니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들은 불어들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짓눌렀다 이내 둥둥 떠다니는 모션들이 반복되는걸 느끼며 멍때리다보니 파리 북역 도착.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우울한 생각들로만 가득했다가 집에 도착하여 집 주인의 아주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바캉스 차 프랑스 할머니께서 와 계시는데 오늘 있었던 세미나 얘기들 몇마디 나누다가 이것저것 보태서 얘기가 좀 길어지다보니 우울한 생각이 나도 모른 사이 잊혀지더라.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France3에서 하는 Plus belle la vie 시청... 


방문했던 Domont에 위치한 노인공동주택 Hélène Moutet. 뒷쪽에 초록색 뜰이 있음 



세입자 중 몇몇 어르신 방 방문했는데 그 중 한 할머니와 그녀의 방. (이 공동주택은 본인의 가구와 애완견을 허용한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거주자들과 함께 먹었다.

Posted by Florenceciel
사진2015. 2. 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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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까페.
지나갈 때 마다 나도 모르게 설레게 되는 곳.
해가 날 때라면 더욱이.

Posted by Florenceciel
사진2015. 2. 10. 01:18




1. 체류증을 드디어 받았다.

2.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한 느낌이 들지만 어디를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의 집중적인 일상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야할까? 

3. 단기적인 목표가 생겼다. 나에겐 지나치고 허황된 목표일지도 모르겠지만 동기가 생긴다는건 언제나 옳다. ​​​​​​​​​​​​​​​​​​​​​​​​​​​​​​​​​​​​​​​​​​​​​​​​​​​​​​​​​​​​​​​​​​​​​​​​​​​​​​​​​​​​​​​​​​​​​​​​​​​​​​​​​​​​​​​​​​​​​​​​​​​​​​​​​​​​​​​​​​​​​​​​​​​​​​​​​​​​​​​​​​​​​​​​​​​​​​​​​​​​​​​​​​​​​​​​​​​​​​​​​​​​​​​​​​​​​​​​​​​​​​​​​​​​​​​​​​​​​​​​​​​​​​​​​​​​​​​​​​​​​​​​​​​​​​​​​​​​​​​​​​​​​​​​​​​​​​​​​​​​​​​​​​​​​​​​​​​​​​​​​​​​​​​​​​​​​​​​​​​​​​​​​​​​​​​​​​​​​​​​​​​​​​​​​​​​​​​​​​​​​​​​​​​​​​​​​​​​​​​​​​​​​​​​​​​​​​​​​​​​​​​​​​​​​​​​​​​​​​​​​​​​​​​​​​​​​​​​​​​​​​​​​​​​​​​​​​​​​​​​​​​​​​​​​​​​​​​​​​​​​​​​​​​​​​​​​​​​​​​​​​​​​​​​​​​​​​​​​​​​​​​​​​​​​​​​​​​​​​​​​​​​​​​​​​​​​​​​​​​​​​​​​​​​​​​​​​​​​​​​​​​​​​​​​​​​​​​​​​​​​​​​​​​​​​​​​​​​​​​​​​​​​​​​​​​​​​​​​​​​​​​​​​​​​​​​​​​​​​​​​​​​​​​​​​​​​​​​​​​​​​​​​​​​​​​​​​​​​​​​​​​​​​​​​​​​​​​​​​​​​​​​​​​​​​​​​​​​​​​​​​​​​​​​​​​​​​​​​​​​​​​​​​​​​​​​​​​​​​​​​​​​​​​​​​​​​​​​​​​​​​​​​​​​​​​​​​​​​​​​​​​​​​​​​​​​​​​​​​​​​​​​​​​​​​​​​​​​​​​​​​​​​​​​​​​​​​​​​​​​​​​​​​​​​​​​​​​​​​​​​​​​​​​​​​​​​​​​​​​​​​​​​​​​​​​​​​​​​​​​​​​​​​​​​​​​​​​​​​​​​​​​​​​​​​​​​​​​​​​​​​​​​​​​​​​​​​​​​​​​​​​​​​​​​​​​​

Posted by Florenceciel
사진2015. 2. 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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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채 마르지 못한 
빛의 밤과 나란히나란히 
더이상은
서로가 서롤 바라보지 못할
서둘러 사라져가는 찰나 속으로
그대로 그곳에
그대여 저곳에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4. 1. 18. 19:38

뉴욕 한인타운 맥도날드에서 노인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기사를 하루이틀 전부터 접해보셨을 것이다. 본인도 한글판 기사부터 접해서 읽어보았는데 내용을 전달하는 기자들의 시선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하여 프랑스어로 적힌 기사를 읽다가 링크를 통해 현지 원문기사를 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 기사를 접하고 그 내용을 바라보고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이 원본기사와는 다르게 그걸 소개하는 기사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만을 가지고서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몰고가는 분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값싼 종류의 음식을 시켜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는건 세대를 막론하고(아직까지 젊은 세대에서 더 많이) 커피숍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관리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단지 그 "정도"를 넘어서 이번엔 노인들이 "떼거지"로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맥도날드 측에서 크게 대응을 하게 되자 그것이 기사화까지 된 것 같다. 이 관련기사들을 쓴 기자들은 이 한국 노인들은 왜 굳이 다른 곳을 가지 않고 이 맥도날드를 이용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며 의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 노인들 또한 그 질문에 답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보았을 땐 이 분들은 "그냥..." 이라고 답했을 것 같다. 모든 노년층이 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년층들의 특징이, 본인들이 해온 방식들이 있기 때문에 한번 꽂히거나 뭔가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다르게 바꿔보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고집이 세고 변화를 거부하며 습관을 바꾸기가 대게 힘들다.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점들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새해다짐이 왜 성공적으로 지키기가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실걸....?

그렇다고해서 맥도날드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노인들이 이러이러한 특성이 있으니 아량으로 봐달라라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가 맥도날드 관리자라고 해도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사건 후에 내린 처사, 20분만에 먹고 나가라는 패스트푸드점이라는 명분하에 극단적인 원칙을 제시한건 솔직히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관계자들이 나름 고심을 해서 그렇게 하기로 정했겠지만 이러한 처사는 다른 손님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게 다 한국 노인들 때문이야'라는 인식을 안겨주기 쉽다. 우리에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거대 체인점들은 일반적으로 상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쉽게 접근가능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는 오히려 고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어서 맥도날드에게도 마이너스적인 면이 없진 않을거란 생각이 있다. 좀 더 유적인 방편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텐데, 가령 바쁜 식사시간에 한해 시간제한 원칙을 정한다던가, 음료나 디저트만 구입하면 한 두시간 정도 시간 제한을 둔다던가하는 일단 여지를 남겨둔다는 뜻으로 말이다.

노인들은 예전과는 다르게도 "다르게", "다양하게" 늙고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들도 사회가 예전같지 않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궁금해하고 동참해보고 싶어하는 마음도 들 것이다. 70대임에도 본인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고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거부감이 들수도 있다. 기사들의 기자들처럼 나도 한번 물어보고싶다. 왜 이 노인들은 다른 식당(혹은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놔두고 굳이 이 맥도날드로 가는 것일까? 왜 굳이 근처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놔두고 커피나 감자튀김 값(기사들에 따르면 "꼴랑" 이라는 뜻으로 썼다)을 지불하면서까지, 경찰관에게 쫓겨나면서까지 맥도날드로 가는 것일까. 원문기사에도 나오지만 일단 그들은 소속된 곳이 없다. 기사에 등장하는 나이대가 대부분 70대부터 시작이던데 그 곳, 그것도 공원이 아닌 젊은 사람들, 바쁜 직장인들이 드나드는 정신사나운 그런 장소인 맥도날드에 나온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비록 퇴직은 했지만 바쁜 세대들 속에 속하고 싶은 바람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젠 그 나이가 되어도 집에서만, 혹은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노인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음을 강조하고싶다. 이 말은 예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어쩌면 이러한 일들이 갈등의 모양을 하고서 표면적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는 더욱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사회는 서서히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노인들이 퇴직 후에 지낼 공간을 또 따로 마련해 주어야한다는 뜻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맥도날드보다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하는 경로당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 속에 "억지로라도" 끼어들고 싶어하는 그러한 양상들을 보면 경로당이라는, 단지 노인들만 있는 그러한 세상에 있기 싫다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것을 고려하여 프랑스에서는 은퇴자의 집(maison de retraite)의 식당에 초등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노년세대와 어린세대들이 어우러져 세대간에 친숙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게 된 데에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에이지즘으로 젊음을 예찬하고 늙음을 거부하거나 차단,격리시키는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내가 노년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노인들을 옹호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노년층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젊은 세대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젊은층의 특성이 노년세대에선 이해하기 힘들고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주장하기만 하면 사태는 악화된다.

가파르게 (요새들어 심각하게)대두되고 있는 고령사회라는 환경은 이런 종류의 갈등을 점점 더 빈번히 발생시키고 먼저 접하게 되는 곳에선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시하게 됨으로써 갈등을 조율해 나갈 것이다. 멀리서 이러한 것을 바라만 보고있는 곳에서 또한 발생, 나아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갈등을 접하게 되지 않으리란 법은 전혀 없다. 아직 미국이라는, 해외에 머무는 한인동포들의 집단적인 행동들에 불과할거란 의견이나 노인들이 다 그렇지라는 단면적인 견해만을 얘기한다면 시대를 잘못 바라보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은 "늙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늙는다는건 무엇일까, 어떻게 늙어야할까?
언제부터 늙는다고 할 수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늙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과제이다.

Posted by Florenceciel
여행2013. 9. 20. 07:04

2010년, 내가 뚜르에 살았을 때, 알프스에 너무나 가고 싶었다. 여행을 하는 셈 치고 Woofing 이라고 농장이나 밭에서 하루 4시간씩 일을 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 보수가 없는 대신에 숙식 제공을 해주는? 일종의 봉사활동인 이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가입을 하니 농장주 연락처 리스트를 열람 할 수 있어서 바로 알프스 지역의 한 농장에 컨택했다. 내가 알프스에 뭔가 기가막힌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도 좋았지만.ㅋㅋ 여하튼, 그래서 제네바 근처에 Annemasse라는 도시 근교의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는 집에 약 2주일 머무르면서 사과도 따고 밭도 일구고 시장에서 과일과 야채들을 팔기도 해보고 정말 좋은 경험을 했었다. 그 곳에서 Salève라는 작은 산에 할머니와 차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목을 축이기 위해서 들린 휴게소에서 우연히 여러 엽서들을 보게 되었고 몽블랑이 있던 사진의 엽서를 할머니께서 한 장 선물로 사 주셨더랬다.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난 몽블랑에 올라가볼 수나 있을까, 그저 실제로 멀리서라도 보기만 했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 그 산에서 멀리서나마 보였던 몽블랑을 바라보며 한없이 사진만 한없이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3년 후, 나는 멀리서만 바라보았었던 바로 그 알프스의 지붕 몽블랑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그르노블에서 샤모니까지 가는데는 같은 알프스 동네라도 일반 기차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환승도 Annecy에서 한 번, St.Gervais 에서 또 한 번. 샤모니 전용열차 내부 모습. 빨간색. 참 예쁘다. 날씨도 캬.


기차타고 점점 오르는 중 몽블랑처럼 보이는 설산이 나타났음 ㅠㅠ 


내려서 숙소 찾아가는 길.


여기가 숙소! 가 아니고 무슨 팬션같아 보였다. 여기 주인은 좋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본격 동네 탐방. 아침 일찍 기차를 탔음에도 도착시간은 오후 1시 반. 그리하여 몽블랑은 내일 오르고 오늘은 길 파악하기.


여기가 몽블랑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스테이션.


샤모니 시내.


어느 왠만한 도시에 다 있는 미니기차


이거 타도 괜찮을듯. 그러나 튼튼한 다리가 있기에 해가 질 때 까지 걷.는.다.


다른 도시와 사뭇 다른 분위기. 역시 산지방이라 건물 양식이 알피니스트풍.


햇볕이 너무 강해서 벽화가 진하게 안 찍힌게 좀 아쉽다. 고성 같은곳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일명 Trompe-l'oeil(실물로 착각할만큼) "사실적인 그림"



가히 환상적이었다. 날씨가 받쳐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긴 빙하를 볼 수 있는 산악열차 타는 곳.


샤모니 역.



알프스 지방 특산품들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숙소 바깥 테이블에 앉아서 저녁을 해 먹었다. 원래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지만 숙소에서 취사가 되기도 하고 와인을 좋은 걸 사서 마시는 쪽으로 정함. 그리하여 메뉴는 부대찌개(...) 그리고 화이트 와인.

아참, 숙소는 알펜로즈라는 한국인 아저씨와 일본인 아주머니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 편하고 시설도 되게 깨끗했다. 


와인을 잘 아는 아이들이 골라서 그런가, 내 입맛에 괜찮았다. 근데 모자랐음.....


밤에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느라 목이 .... 그리워 별들. 

옆 테이블엔 한없이 산 위를 계속 올려다보며 맥주를 마시던 한국인 남성 한 분이 계셨는데 계속 침묵을 지키고 계시길래 말을 붙여보니 에티오피아에서 구호활동일을 하고 계시단다.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선진국을 한번 여행해보고 싶으셨다고. 하지만 자신이 있던 나라나 개발 도상국들에서 보았던 풍경들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감동이 오지 않는것 같다라고 하시더라. 난 아직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 한 번도 가보질 않았지만 티비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될 때마다 내 가슴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풍경들을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에 실제로 본다면 어마어마할 정도일 거라는 것. 어느정도 알 것 같았다. 그러한 감정, 인상...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분의 인생관이었다. 물론 선진국이 아닌 국가에 살면 치안이 좋지가 않으므로 여러가지 산전수전을 겪을 것이다. "전기도 산 지방인데 다 들어오고.. 앞에만 나가면 슈퍼가 있고... 얼마나 좋아요. 깜짝 놀랐어요. 파리에 있다보니까 도시가 참 살기 좋더라구요. 예쁘고.. " 그런데 계속 얘기를 나눠보니까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한다. 나같으면 그런 기억 때문에 그 도시마저 좋지않은 인상으로 남길 것 같은데 이 분은 파리가 오히려 너무 좋았다고 말하신다. 


"그냥 놓고 살면 편해요."  


다음에 에티오피아에 놀러오라며 연락하면 정보들을 알려주겠다고 하셔서 낼름 연락처를 받긴 했는데 가까운 미래엔 갈 계획이 없으니 안부인사라도 여쭈어야겠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나눈 대화였지만 그 분의 삶에서 숱하게 많은 경험을 하고 깨달았던 것을 마치 자신의 말 속에 섞어 전달해준 것 처럼 느껴져서 이 첫 째날 밤을 생각하면 흐뭇하다 아직도.. 

우리에게 쥐포까지 한아름 주시고는 주무시러 가셨다. 그 다음 날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을 목격하고 인사를 건네었는데 쑥쓰러우셨던가 웃기만 하시더라. 

Posted by Florenceciel
일상2013. 9. 19. 22:47

프랑스에서 노년학, 노인복지 공부를 하고 있는 도중에 종종 지역에서 주최하는 노화나 늙음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나 각종 주민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장소에 가보곤 하는데 그 때 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내가 받았던 충격은 이러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그 장소에 나와 자신의 의견과 건의하고 싶은 내용을 또박또박 말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 참여도도 꽤나 높다. 

굳이 자신이 말 솜씨가 있고 없고는 떠나서(대부분이 말을 요리조리 조리있게 잘 피력한다.) 

강단에 선 사람을 밀어부치는 적도 있어서 그런 곳에서 강연을 하는 사람들은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주민들을 상대하질 못한다. 이 말들은 사회가 얼마나 노년에 관심이 있는지의 정도를 피력하는 것일게다. 라디오에서는 종종 은퇴나 치매, 노년에 대한 주제의 기사를 다룬다. 이에 관련된 책들도 한 가득, 굳이 전공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책 처럼 읽기 쉽게 풀어놓은 책들이 참 많다. 이럴 때마다 내가 노년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 프랑스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에 긍지가 생긴다. 한국에서 전공자들과 함께 만나거나 같이 무언가를 해보진 않았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시각과 의견을 교환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 와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하여도, 그것이 복지국가 국민들의 태도와 인식하는 있는 상태와 그것이 왜 그런건지 파고드는 것도 가끔씩 흥미롭기도 하다. 

Posted by Florenceciel